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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사카키바야시 메이

15초 안에 죽는다 (1) - 사카키바야시 메이 살인 3부작 중에서

by SpiderM 202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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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의 젊은 신예 작가인 사카키바야시 메이는 1989년 아이치현 출신으로 나고야 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 단편작 <15초>로 제12회 '미스터리즈! 신인상'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오늘은 그의 출세작 15초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마중나온 고양이

 

'이게 뭐지? 야근 때문에 피곤해서 헛것이라도 보이는 건가?'

 

시간이 정지한 채 나의 몸은 공중에 붕 떠있고 주변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진공 상태처럼 고요하다. 그리고 더 기분 나쁜 것은 작은 짙은 붉은색의 물보라가 나의 얼굴과 몸, 그리고 나를 둘러싼 공중에 분수처럼 떠있다는 것이다.

 

마치 카메라로 찰칵하고 셔터를 누른 후 정지된 사진 속에 내가 들어있는 기분이다.

 

'아..! '

 

붉은 물보라는 나의 피였고 내 가슴에서는 검은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에서 핏방울은 연결되어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 나는 평범한 오후 일을 마무리 하고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머리를 쥐어짜 나에게 일어난 일을 알아내려고 하는 그때.

 

"이런, 이런.... 심심한 애도를 표합니다. 가슴에 뻥 뚫린 마냥 슬프고 애통하시겠네요. 참, 그 구멍을 보고 이야기를 드린 것은 아닙니다.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창문에서 커튼이 펄럭이고 무엇인가가 사무실로 날아 들어왔다.

 

어둠 속에서 얼굴을 드러낸 것은 바로 고양이, 암갈색 털에 회색 눈을 가진 고양이 얼굴이었다.

 

거대한 고양이가 말을 한다.

 

"마중 나왔습니다."


 

허공의 나의 피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란에 빠졌는데 이 고양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말을 하다니? 나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

 

"아, 설마 눈치를 못 채고 계신 건가요? 누님도 할 수 있습니다. 늘 하던 대로 묻고 싶은 게 많으실 텐데, 말을 하셔도 됩니다."

 

"지금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뭐가 어떻게 된 거냐고? 아니, 마중 나왔다니?" 나는 고양이에게 말했다.

 

나의 쏟아지는 질문을 막으려는 듯이 고양이는 손과 발을 모두 내밀며 막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상황을 파악하시려면 우선 순서를 정해서 질문하세요. 물론 혼란스러우시겠지요. 누님은 전조나 조짐도 경고도 없이 죽었으니까요."

 

"죽었다고, 내가?"

 

"네, 보시다시피."

 

고양이는 내 눈앞에서 허리를 숙여 허공에서 멈춘 총알을 손끝으로 쿡쿡 찌르며 웃었다.

 

"뒤에서 총을 맞았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살의를 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일본에서 총이 사용되는 일은 거의 없는데 말이죠."

 

"그리고 넌 뭐야?" 내가 말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마중 나왔다고 말을 한다. 그게 사람의 모습이든 부처의 모습이든 예수님의 모습이든 말이다.

 

그렇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저승사자'인 셈이다. 

 

"누님은 지금 주마등 시간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저 세상에 가기 전에 있었던 모습을 떠 올리면서 그럼, 난 이제 안녕이라고 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예요."

 

"누님은 세상에 인사도 못하고 죽음을 당해서 제가 서비스로 충분한 시간을 드리고 있어요."

 


2. 나를 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마중나왔습니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은 시골의 보건소였다.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나를 받아준 것이 이곳 시골이었지만 나에겐 감지덕지였다.

 

오히려 조용한 이곳이 나는 좋았다. 약사라 근무 조건도 좋았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지역 사람들과 친하게 인사를 지내 정도로 인맥을 쌓았다.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진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를 쏜 사람은 누구야?"

 

"뒤에서 맞았으니 알 수가 없죠."

 

이 시골에서 나를 죽이고 싶을 만큼 원한을 가진 자가 누구란 말인가. 도저히 나로서는 알 수가 없었지만 굳이 꼽는다면 하나 있다.

 

만약 그 일로 나를 죽일 만큼 원한을 가졌다면 말인가.

 

"벌써 원귀의 모습이 나오는데요."

 

고양이는 고개를 흔들며 "알려드릴 수 없어요. 자연의 섭리에 반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나는 말을 해줄 수가 없어요."

 

"하지만 나는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데 그냥 갈 수는 없잖아. 나를 죽인 사람의 얼굴은 알고 가야겠어." 

 

나는 강력하게 반항했다.

 

고양이는 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누님은 15초 밖에 남지 않았어요. 시간이 없다고요."

 

바로 모래시계였다. 고양이는 그것을 '여명시계'라고 불렀다.

 

"그럼 아직 15초 동안은 내가 살아있단 말이네. 그 시간 동안에 움직일 수 있든지."

 

"네 하려고 하신다면 가능해요. 하지만 너무 크게 움직이면 피가 콸콸 나와서 15초도 버틸 수 있어요."

 

"그럼 나를 죽인 사람의 이름을 적을 수 있겠네. 나중에 경찰이 보고 잡을 수 있게. 그냥 죽을 수는 없어"

 

 

Spide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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