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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하라 료

내가 죽인 소녀 하라 료

by SpiderM 2024.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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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료의 "내가 죽인 소녀"는 일본의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는 소설로,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1989년에 출간되어 "제102회 나오키 상"을 수상하며, 그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와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0" 2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내가 죽인 소녀
내가 죽인 소녀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도쿄 도심의 그늘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중년의 탐정 사와자키는 어느 날, 행방불명된 가족에 대한 논의를 하고 싶다는 한 통의 의뢰 전화를 받게 됩니다. 의뢰인을 만난 사와자키는 뜻밖에도 6천만 엔을 안겨받으며, 제발 딸을 돌려달라는 간청을 받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잠복하던 형사들에게 붙잡힌 사와자키는 경찰서에 끌려가고, 겨우 의심을 벗지만 유괴범에게 몸값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그러나 몸값을 전달하던 중 돈은 증발해버리고, 깊어지는 경찰의 의심 속에 사와자키는 유괴된 소녀의 외삼촌에게 어떤 의뢰를 받게 되는데....


 

 

사와자키 탐정은 이 소설에서 단연코 최대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장황한 사전 설명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돌입하는 첫 열 페이지는, 사와자키 탐정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매우 훌륭한 도입부를 제공합니다. 영문도 모른 채 유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당했는데도 당황하거나 화내지 않고, 그저 또 다른 재수 없는 하루가 시작됐다는 투로 덤덤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는 사와자키의 태도가 도입부부터 독자를 빠져들게 만듭니다. 이후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사와자키의 무신경한 겉모습 내부에서 인간적인 면모가 서서히 새어나오면서 이 인물의 매력이 증폭됩니다.

 

사와자키와 다른 인물들 간의 대화나, 그가 사건을 조사하며 느끼는 생각 또는 감정 묘사 등 소설 속 모든 장면에 사와자키의 캐릭터가 제대로 녹아있습니다. 만약 주인공의 매력이 조금이라도 덜했다면 "내가 죽인 소녀"는 특징 없는 심심한 소설로 남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초반부를 제외하고 스토리에 특별한 구석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말도 솔직히 그다지 놀랍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건조한 서술이 사건의 비극성을 드높이는 효과를 주지만, 그래도 주인공이 아니었으면 이 정도로 좋은 소설이 될 순 없었을 것입니다.



시리즈의 다른 작품에서 사와자키 탐정의 활약은 어떠할지 관심이 생기는 "내가 죽인 소녀"는 하라료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과 캐릭터 구축 능력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미스터리 장르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해주며, 하라료의 작품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감상을 가능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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