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둡고 기묘한 분위기를 지닌 작가 아서 매켄(Arthur Machen). 그는 H.P. 러브크래프트에게도 영향을 준 고딕 호러의 대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서 매켄 단편선 2에는 두 편의 인상적인 작품, ‘삶의 단편’과 ‘백색 인간’이 수록되어 있다. 이 두 이야기는 인간 존재의 본질과 불가해한 공포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독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삶의 단편’과 ‘백색 인간’
1. ‘삶의 단편’ – 잔혹한 진실과 초자연적 깨달음
이야기는 런던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우연히 듣게 된 충격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는 낯선 사람이 풀어놓는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차원의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인다.
어두운 런던 거리, 주인공은 우연히 한 남자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 남자는 어딘가 불길한 분위기를 풍겼고, 그의 눈빛은 마치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했다. 그는 마치 주인공이 반드시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는 것처럼 다가왔고, 결국 술집 구석에서 기묘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기묘한 경험을 했다고 말한다. 그는 어느 날, 우연히 한 문을 통과했고, 그 순간부터 이 세상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작은 차이들이 느껴졌다. 그림자가 평소보다 길어지고, 골목이 낮선 모양으로 휘어졌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이 마치 꿈속에서 본 얼굴들처럼 낯설어 보였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자신이 있는 공간이 이 세상과 닮았지만 분명히 다른 곳임을 깨닫게 된다. 그곳은 기묘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고, 공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떠돌았다. 벽에는 형태를 알 수 없는 형상이 일렁였고, 길 위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발자국이 이어졌다.
그 남자는 그곳에서 '살아 있는 존재'와 '죽어야 했던 존재'가 함께 공존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죽은 줄 알았던 사람들이 그 세계에서는 여전히 걸어 다니고 있었고, 그들의 눈동자에는 인간의 것이 아닌 무언가가 스며들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나를 알고 있는 자들과 마주쳤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들은 날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어. 마치 내가 그곳에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야."
주인공은 점점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 남자가 말하는 공간은 마치 우리가 아는 현실과 평행한 또 다른 세계 같았고, 우리는 그 경계를 모르고 살아갈 뿐이라는 사실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있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 삶이란 그저 하나의 단편일 뿐이야. 그 문을 넘어가면… 너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말을 남긴 채, 그는 그림자 속으로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주인공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는 방금 듣게 된 이야기가 단순한 망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자신이 걷고 있는 이 거리가 조금씩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멀리서 또 다른 그림자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매켄은 이 작품에서 ‘우리의 현실은 과연 우리가 보는 그대로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인간의 삶이 단순한 물리적 존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초자연적 요소를 가미해 이야기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주인공이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우리는 삶을 너무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실상 그 이면에는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진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 장면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지만, 실은 그 너머에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
이런 문장은 인간의 인식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만든다.
2. ‘백색 인간’ – 타락과 퇴폐의 경계에서
‘백색 인간’은 다소 음울한 분위기에서 시작된다. 이 작품은 타락, 금지된 지식,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주인공은 어느 날 런던의 뒷골목에서 기이한 인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 사람은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며, 그의 존재 자체가 불길한 기운을 풍긴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는 인간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탐구하게 되고,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도덕과 윤리의 개념이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런던의 밤거리는 어둠 속에서 기묘한 기운을 내뿜는다. 주인공은 우연히 외진 골목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한 남자를 마주친다. 그는 마치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창백한 피부, 비정상적으로 여윈 몸,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
이 낯선 자의 존재가 불길하게 느껴졌지만, 주인공은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 남자는 무언가 속삭이듯 말했지만, 주인공은 그 단어들을 정확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오히려 목소리는 공기 속으로 스며드는 듯했고, 그가 서 있는 공간조차 현실과 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날 이후, 주인공은 그 남자의 존재가 계속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그는 점점 더 그를 쫓아다니고, 마침내 도시의 음침한 지역에서 다시 마주친다. 이번에는 그 남자가 기묘한 의식을 치르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사방이 음울한 안개에 휩싸여 있고,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뭔가 이질적인 형상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그것이 단순한 인간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한 확신을 갖게 된다. 그의 움직임, 표정, 말투는 어딘가 인간적이지 않았다. 그는 단순한 타락한 존재일까, 아니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일까?
그날 밤 이후, 주인공은 점점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꿈속에서는 백색 인간이 나타나 계속해서 그를 응시하고, 어딘가로 끌어들이려 한다. 점점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주인공은 자신이 서 있던 세계가 더 이상 자신이 알던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그는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 진실을 깨닫는 순간, 이미 그는 현실로 돌아올 수 없는 곳에 서 있었다.
‘백색 인간’은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우리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고, 주인공은 이미 그의 영역에 발을 들여버렸다.
이 작품의 백미는 "모든 인간은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때로는 타락이 곧 깨달음이 되기도 한다."라는 메시지다.
매켄은 선과 악을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보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은 훨씬 복잡하며, 우리는 모두 그 경계에서 흔들리는 존재라는 점을 작품을 통해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백색 인간의 존재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 우리 내면의 숨겨진 욕망과 타락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가 진짜 인간인지, 혹은 인간이 넘어서서는 안 될 금단의 영역을 체험한 존재인지에 대한 해석은 독자마다 다를 수 있다.
3. 매켄의 문체와 상징성
아서 매켄의 문장은 단순한 공포 소설을 넘어서, 심리적 압박과 초자연적 세계관을 정교하게 표현한다.
그의 문체는 마치 고풍스러운 일기장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독자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명확하게 무서운 장면을 묘사하기보다, 독자가 상상하게 만드는 여백의 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백색 인간’에서 "백색"이라는 색채가 상징하는 바는 굉장히 흥미롭다. 일반적으로 백색은 순수함과 신성함을 의미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이질적인 존재, 그리고 인간이 알 수 없는 신비로운 힘을 나타낸다. 이런 역설적인 의미 부여가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섬뜩하게 만든다.
매켄의 작품은 단순한 오컬트 소설이 아니다. 그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우리가 감히 알지 못하는 차원과의 연결고리를 제시한다.
‘삶의 단편’은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이 과연 전부일까? 라는 의문을 던지며, ‘백색 인간’은 인간의 본성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백색 인간’이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타락과 깨달음, 그리고 인간이 감히 넘어서서는 안 될 선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머릿속에서 맴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한껏 자극받게 된다.
만약 고전 호러와 초자연적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아서 매켄 단편선 2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클래식고전 줄거리 > 서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읽기] 톨스토이의 작품 ‘인생에 대하여’ - 서울대 추천도서 (8) | 2025.01.16 |
---|---|
프랑켄슈타인 줄거리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비극 메리 W. 셸리 (134) | 2024.10.16 |
[고전읽기] 플라톤의 '향연' 줄거리 또는 독후감 (10) | 2024.07.31 |
[고전읽기] 알베르 카뮈의 계엄령 줄거리 (4) | 2024.07.21 |
[고전읽기]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 줄거리: 고통과 희망과 연대 (5) | 2024.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