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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중국행 슬로보트 줄거리 :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집

by SpiderM 2024.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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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중국행 슬로보트>입니다. 초 단편집으로 하루키의 7개 단편집이 한 권으로 묶여 발간되었습니다. 오늘은 1장 <중국행 슬로보트>줄거리입니다.

 

주인공은 '나'다. 중국인을 만난 게 몇 번 되지 않는다. 1959년인지 60년인지 구분이 안간다. 하긴, 59년 이든 60년 이건 나에겐 '도찐개찐'이다. 정확한 것은 그해 요한손과 패터슨이 헤비급 타이틀 매치를 한 해이다.

 

오늘은 한가하세 자전거를 타고 구립 도서관을 간다. 

 

하긴 내가 중국인을 언제 봤는지 몇 번 봤는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 초단편 모음집. 1 <중국행 슬로보트>

 

 

 

항구도시의 언덕바지, 중국인 화교 학교가 있다. 이름이 있었는데 기억이 하도 신통찮아 그냥 초등학교라 하자. 그곳에 간 이유는 학교 배정 시험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 화교학교에 시험장을 배정받은 친구가 없다. 이상하다.

 

그곳을 물어물어 찾아간다. 하지만 붙잡고 물어보면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에게는 중국인 학교는 세상의 끝인셈이다.

 

막연하게 예상한 중국인 학교아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세련되고 멋진 정문, 맑은 연못물, 중국어로 쓰인 팻말 등이 있다.

 

지시에 따라 신발을 벗고 시험장에 들어간다.

 

환한 교실에 예쁘장하고 깨끗한 게시판, 진초록색의 칠판이 눈에 띈다. 

 

십오 분쯤 뒤, 감독관이 들어온다. 한쪽 발을 절지만 그다지 심하진 않다. 지팡이를 집고 있는데 너무 하찮아 보이는 저렴한 것이다.

 

"제가 이번 시험의 감독관입니다." 그가 말한다.

 

몇가지 시험 주의사항을 쭉 말한다. 우리는 항상 '침묵'으로 답한다.

 

"저는 이 학교에 근무하는 중국인 교사입니다."

 

첫 번째 중국인이다.

 

"만약 중국 학생들의 시험을 마친 여러분의 교실이 엉망이 되어있는 모습을 본다면 어떨까요?"

 

"기분이 좋지 않겠죠?"

 

침묵

 

"그러면 여러분들이 중국인들을 존경 할 수 있을까요?"

 

침묵.

 

"절대로 껌이나 낙서, 물건에 손을 대서는 안됩니다."

 

"네." 서른 아홉명의 우리는 대답한다.

 

"자 어깨를 펴고 자부심을 가지세요."

 

중국인 선생님의 말이다.

 


 

이번에는 도쿄다. 아홉 살의 내가 살을 벨듯한 추운 바람이 부는 한 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여러명이 있다.

 

일은 기계처럼 반복하면 된다.

 

다들 정확하고 신속하게 일을 하지만 홍일점인 중국인 여학생은 자기만의 꼼꼼함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다른 아르바이트생들은 그녀와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2월이다. 한 출판사의 창고에서 주문서를 보고 책을 넣고 포장하면 되는 단순 작업인데, 손이 안맞으면 일이 진도가 나지 않는다.

 

어는 날 그녀는 멍을 때리다 실수를 한다.

 

그러자 콘베이어 벨트 위의 물건들이 엉망이 되기 시작하고,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한다.

 

모두가 불평을 대놓고 하지 않지만, 표정은 이미 말한다.

 

"괜찮아" 나는 그녀를 옆으로 데려와 뜨거운 차를 준다.

 

그녀는 중국인이다. 하지만 일본 초등학교를 다니고 중국어는 거의 못하고 영어는 어느정도 구사한다. 물론 일본어는 모국어 수준이다.

 

그날 이 후 우리는 자주 대화를 나누게 되고 창고에서 그녀의 유일한 말상대는 내가 되었다.

3월 비가 오는 날 마지막 일을 마치고 나는 그녀에세 춤을 추러 가자고 한다

 

"춤을 출줄을 몰라."

 

"괜찮아, 가서 음악에 맞춰 흔들면 돼. 누구나 다 하는걸."

 

가기 전 식사로 피자와 맥주를 마신 후 춤을 추러 갔다. 우리는 열심히 춤을 췄고 기진맥진해질 때까지 춤을 추었다.

 

"열 한시까지는 들어가야 해."

 

"응, 오빠가 조금 엄해서.."

 

그녀를 지하철 역까지 배웅한다. 

 

"괜찮다면 전화번호 알려줄래?"

 

"응"

 

종이가 없어 담뱃갑위에 전화번호를 적는다.

 

그녀를 지하철에 태우고 나는 집으로 가기 위해 다른 선으로 건너갔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기분이다.

 

맞다. 타고간 지하철은 그녀의 집의 반대방향이다.

 

"아니, 왜 아무 말로 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녀가 타고 간 지하철의 플랫폼으로 가서 기다렸다. 그녀가 다시 나타난 것은 열한시 십오분쯤이었다.

 

"왜, 말 안했어?" 나는 말한다.

 

"내가 재미없어서 화가 나서 일부러 그런 걸로 알고 있었어." 

 

"아니? 무슨 말이야.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오해하지마."

 

우는 그녀를 달랜다.

 

"내일 전화할께"

 

이번에는 제대로 태워보내고 나는 담배갑을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

 

내 인생 최악의 실수다.

 

그녀의 전화번호가 쓰여져 있는 담뱃갑을 버린 것이다.

 

다음 날 연락처를 수소문 해 봤지만 아무도 몰랐다.

 

두 번째 중국인이다.

 


 

벌써 스물 여덟이다. 결혼한지는 육 년의 세월이 흘렀다. 서느런 12월 초 오후, 내 앞에 그가 나타났다.

 

"맞지?" 그가 말한다.

 

'뭐지, 누구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앉아도 되지?"

 

"그래"

 

"기억이 안나?"

 

"전혀"

 

그는 담배를 꺼내 피울려고 하면서 커피를 시킨다.

 

"위가 안 좋아서 커피고 담배도 다 끊을려고 하는데 말이야."

 

지금 하는 말이 꼭 아픈 사람이 한는 말이다.

 

"나는 너와의 일을 다 기억하고 있어? 참 묘하지? 다 잊어버리고 싶은데 깨끗하게 생각이 난단 말이야. 잘려고 누으면 정신이 맑아지는 마냥, 알지 그런 기분?"

 

"미안해, 나는 전혀 생각이 안나네."

 

"아냐, 뜬금없이 내가 아는 체 했는데 뭐?"

 

호구조사를 다 한 다음,

 

'요즘도 책만 읽네?"

 

"백과사전은 안 읽어?"

 

"뭐, 있으면 읽겠지."

 

"실은 내가 백과사전을 팔러 다니거든.."

 

순간, 나는 그에 대한 흥미가 싹 하고 사라진다. 백과사전을 판단 말이지.

 

"미안해, 빚을 갚으면서 겨우 살고 있어서 여유가 없네."

 

"야야, 그러지 마라. 난 일본인한테 백과사전 팔지 않아. 도쿄애 사는 중국인 목록을 쭉 뽑아가지고 가서 방문하면 동족이라고 무시를 못하지. 실적도 바쁘지 않아."

 

갑자기 뭔가가 머릿속의 키를 땅 튀겼다.

 

"생각났다."

 

고등학교 때 알고 지냈던 중국인 친구다. 3번 째 중국인이다.

 


어떠셨나요? 보통 제목만 보면 중국 여행기인줄 아는데 전혀 아닙니다. 일본인 주인공 내가 일본에서 만난 중국인과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이 압권입니다.

 

친구여, 중국은 너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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