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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

미야베 미유키의 <외잎 갈대> 줄거리 일본 추리 문학 소설

by SpiderM 2024.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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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외잎 갈대>입니다. 줄거리로 요약해 드립니다. 일본 추리 소설 작가 중 최고인 미유키 씨는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는 이유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던 사회의 동경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외잎 갈대는 단편 중 하나로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에 실려 있습니다.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인간미가 돋보인 작품입니다. 감상하시겠습니다.

미야베 미유키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 '외잎 갈대'

 

오우미야의 도베에가 죽었다. 혼조 고마도메 다리 위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으로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히코지는 국수를 건지기 위해 소쿠리를 손에 든 채 더운 김에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주인 영감 하라스케가 무릎을 힘차게 차는 바람에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지갑이 없어졌대. 노상강도일거야."

 

손님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 뒤에 큰 상처가 있었대. 아무리 도적이지만 너무 심한 짓을 하는구먼."

 

그 순간, "이건 단순한 도둑이 아니야. 모르겠어?"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히코치는 눈을 부릅떴다.

 

"오우미에서 외동딸 오미쓰하고 도베에가 항상 싸웠다는군."

 

오미쓰는 미인으로 죽은 도베에의 외동딸이다.

 

"에코인의 모시치는 그렇게 생각한다더군."

 

에코인의 모시치란 혼조 일대를 담당하고 있는 고참 오캇피키(지금의 형사)다.

 

아니다.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헛소문이라고 히코지는 생각했다. 그 오미쓰의 하얀 얼굴과 갸날픈 손에서 흔들리는 고마도메 다리의 외잎 갈대가...

 

오우미야는 도베에가 일으킨 초밥 가게로 에도 일대에서 유명한 가게이다. 쌀의 품질과 생선의 신선함도 무섭게 따지는 사람이었다.

 

발인 당일, 히코지는 주인 영감 하라스케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깐 오우미야에 가서 장례식에 참석한 오미쓰와 그 뒤에 움추린 그의 남편을 보았다.

 

멀리서 바라볼 뿐 향을 올리지는 않았고, 돌아가려고 했을 때 한 칸(약 1.8미터)도 안되는 곳에서 한 여자가 숨어있는 것을 보았다.

 

많아야 열일곱 여덟 정도의 처녀다. 색이 바른 기모노는 어깨 언저리가 얇게 헤어져 있었다. 손에는 싸구려 염주를 쥐고 숨죽여 울고 있었다.

 

처녀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았을 때 히코지와 눈이 마주쳤다. 곧 그녀는 빠르게 인파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날 저녁 가게를 닫은 후 하라스케는 히코지에게 목욕을 가자고 하고는 근처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자네, 오늘 오카와 강 건너서 오우미야 도베에 장례식에 갔다면서."

 

"죄송합니다. 멋대로 굴어서.."

 

"아니야, 그런 뜻으로 이야기 하는게 아니야."

 

'히코지 자네 혹시 오미쓰 씨를 염려하는게 아닌가?"

 

"네? 어떻게..."

 

"왜 그렇게 오미쓰 씨를 걱정하는지 나한테는 얘기를 해 줄 수 있는가? 싫으면 안해도 되네."


히코지가 오미쓰를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십 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오우미야는 지금처럼 크지 않았고 두칸짜리 아담한 식당이었다.

 

당시 히코지는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동생과 함께 거지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날도 사흘 째 밥을 못먹고 힘이 없어 오우미야 근처 처마 아래에서 처져 있었다.

 

"얘, 너 언제부터 밥을 못 먹었어?"

 

히코지는 감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얀 얼굴의 오미쓰가 말을 걸어 준 날이다.

 

"오래 된 모양이네." 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그녀는 따뜻한 주먹밥 꾸러미를 안고 나와 히코지에게 주었다.

 

"내일도 와. 우리 집에는 밥이라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난 오미쓰야. 오우미야의 오미쓰..."


"그렇게 해서 오우미야에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미쓰 아가씨가 밥을 주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적이면 아가씨는 울상이 되어 사과하곤 하셨습니다."

 

그래서 신호를 만들었어요. 처음 저를 발견하신 뒷문 창문에 고마도네 강가의 외잎 갈대를 꺽어두면 밥을 줄 수 있다는 신호였어요.

 

'외잎 갈대'는 일곱 가지 불가사의 중 하나다. 무슨 때문이지 갈대의 한쪽 부분에만 잎이 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마도메 강을 '외잎 강변'이라고 부른다.


 

당시 에도에는 크고 작은 초밥집들이 많이 생기고 있었다. 그 가운데 도베에의 오우미야가 인기가 많았던 것은 하루가 지난 밥은 강으로 가 버린 일 때문이다. 

 

그만큼이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당시 에도의 부자들은 그런 모습에 더 끌려 도베에는 큰 가게로 발전할 수 있었다.

 

오우미야가 에도 전체에 이름을 날리게 되자 근처의 작은 가게들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엇고 도베에는 그 가게들을 사들여 확장시켜 나갔다. 그 방법은 인정사정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평판이 좋지 않았다.

 

수전노, 귀신 등 좋지 않은 별명이 붙어 다녔다.

 

오미쓰 씨는 이런 아버지의 장사 방식을 혐오했다. 


 

"오미쓰, 아빠가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너는 아직도 모르겠니?"

 

"아버지는 사람도 아니에요."

 

"너 나이가 몇 살이지?" 도베이가 히코지를 보며 물었다. 몸이 큰 사람앞에 선 그는 덜덜 떨었다. 하지만 배도 고팠다. 오미쓰 가 주는 밥에 의지를 하게 된 것이다.

 

"말을 못한다면 그냥 들어라. 여기는 빈민 구제소가 아니야. 그리고 저녁에 오우미야가 버리는 밥은 오카와 강에 버-리-는 거야. 그걸 받으러 오는 건 개나 마찬가지인거야. 너는 개가 되어도 괜찮은거니?"

 

도베이는 그 말을 남기고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오미쓰는 울고 있었다.

 

"아가씨, 혼자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아가씨가 구해 주신 은혜를 잊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정말, 기다릴께, 꼭."


 

사건이 발생하는 날 저녁 도베에는 니혼바시 도리초에 있는 친척을 찾아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날 밤에는 안개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가마도 부르지 않고 니혼바시를 출발한 건 저녁 일곱 시였다. 고마도메 다리에서 시체가 발견된 것이 열 시. 검시관의 소견은 도베에가 술을 마셨다고 했다.

 

현재 모시치가 오미쓰 주변을 감시하고 있으며, 도베에가 늘 신고 다니는 나막신이나 입고 다니는 옷의 소매에 진흙이나 효한 나무 부스러기 같은게 붙어 있었다고 한다.

 

도베이는 큰 가게의 주인인면서도 나막신을 즐겨 신었고, 딸깍딸깍하는 나막신 소리를 내며 다녔다.


히코지는 장례식에서 딱 한 번 왔던 처녀가 자꾸 떠 올랐다. 그녀의 나막신에도 진흙과 나무 부스러기 같은 것이 묻어 있었던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에코치의 모시치를 찾아가 사실을 말했다. 모시치는 머리가 벗겨지기 시작한 오십 대였다. 

 

"어이, 자네, 아가씨의 얼굴을 다시 보면 알 수 있겠는가?"

 

히코지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지 않아 모시치가 연락을 해왔다. 가게를 찾았다는 것이다.

 

니혼바시 혼초의 큰길에서 약간 안으로 벗어난 곳에 위치한 나막신 가게였다.

 

<신발 맞춰 드립니다.>

 

글씨가 번진 간판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누구 없는가?"

 

밖으로 나온 여자는 바로 히코지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였다.

 

마침 그 때, 한 남자가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골목을 들어서고 있었다. 직인 차림으로 하고는 있지만 낮부터 술에 절어 있는 것을 보아 일이 없는 사람이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였다.

 

모시치를 복장을 보고 심상치가 않았는지 얼른 옆집으로 번개같이 들어갔다. 

 

"자네가 나막신을 만들고 있나?" 모시치가 물었다.

 

"오라비가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나막신 끈을 꿰거나 만들어진 물건을 옮기는 일을 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납품하는 여관에서 불러 가고 없습니다."

 

"사실,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 날 가게에 오셨었어요." 여자가 말했다.

 

"그게 사실인가?"

 

"도베에 아버지가 돈을 받으러 오셨어요. 저희가 아버지한테서 돈을 빌렸거든요. 자립을 할 때까지라는 약속을 하고서요."

 

그 여자의 이름은 오소노였다.

 

"아버지의 도박으로 어려서 가게가 망했어요. 아버지는 어머니와 저희를 두고 도망쳐 버렸구요.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죽고 싶었는데 도베에 아버지가 찾아 오셔서 이곳 관리인에게 우리를 소개해 주고 일을 주셨어요."

 

"몸이 아프신 어머니는 요양소로 갈 수 있도록 힘을 써 주셨구요. 남품하는 여관도 힘을 써 주셨어요."

 

"사람들은 아버지에게 수전노다, 인간 말종이다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저희가 보장해요."

 

"아버지는 말씀하셨어요.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다. 그냥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희들을 망치게 된다. 지금 빌려주는 것은 너희들이 갚아야 할 돈이다. 어른이 되어 제몫을 하면 꼭 갚아야 한다."

 

"돈을 받으러 왔었구먼."

 

"한 푼입니다. 저희는 이렇게 갚아서는 아버지가 살아서는 다 못 갚는다고 말씀드려도 괜찮다고, 그럼 백살까지 사시겠다고 웃으셨어요."

 

"오소노 씨, 그럼 도베에 씨를 계속 아버지라고 불렀습니까?" 히코지가 물었다.

 

"저희에겐 친아버지 이상이셨어요. 그날도 마지막이라도 보기 위해 갔던 거구요."

 

갑자기 모시치가 손을 들고 조용히 하라는 듯 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었다.

 

소리를 낮춘 오시치는 "혹시 그 날도 옆 집에 저 사람이 있었나요?"

 

"모르겠어요. 일단 배웅나갈을 때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봤어요." 오소노가 말했다.

 

모시치는 갑자기 일어나 합판으로 된 옆집과의 벽을 힘껏 차버렸다.


술에 취했던 그 남자가 벽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었던 것이었다. 화들짝 놀란 그 사람은 어쩔 줄 몰라하며 벌벌 떨었다. 그러다 순식간에 도망쳤다.

 

벽을 넘으려는 옆 집 남자를 히코지는 방망이로 내리쳐서 잡았다.

 

남자의 이름은 '겐로쿠'.

 

그의 자백은 이러했다. 그날도 술에 취해 들어왔다가 오베에게 돈을 받으러 왔다는 소리를 듣고 화가 났다고 한다.

 

'아니 저 미친 놈이. 수전노, 인간말종이란 놈이 어린 여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 놀이까지 한단 말인가."

 

섣부른 해석과 단정으로 분노에 찬 겐로쿠는 돌아가는 오베에를 뒤쫓다가 고마도메 다리 위에서 뒤에서 돌로 쳐서 그를 죽여버렸다.

 

그 죄책감에 매일 또 술에 젖어 살았던 것이다.

 


오베에는 말했다고 한다.

 

"적선하는 것'과 '돕는 것'은 다르다. 그냥 돈을 주면 '너희들을 무시하는 적선'일 뿐이고 너희들을 망치게 될것이다."

 

그 말이 히코지의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 후 오무미야 가게로 찾아간 히코지는 오미쓰를 만났지만 과거의 약속을 잊고 있었다.

 

"나를 기억하지 못했어...한쪽에만 잎에 나는 외잎 갈대마냥.. 나만 기억하고 있었어."


어느 날 모시치가 말했다. '재미있는 사실 하나 알려줄까?"

 

"지금 일하고 있는 가게 주인이 자네를 어떻게 고용했는지 알고 있나?"

 

"오베에가 자네를 적극 추천했어. 그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 하며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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