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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

미야베 미유키의 <배웅하는 등롱>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 - 1편

by SpiderM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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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이유키의 혼조우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 <배웅하는 등록> 편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독서 하세요.

 

미야베-미유키-배웅하는-등롱
배웅하는 등롱

 

시월 축삼시에 이제 겨우 열두 살이 된 오린을 혼자 보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모를 만큼 아가씨의 상사병은 대단히 심하다.

 

혼조 후카가와 일대에서 오노야라는 제일 큰 담뱃가게에서 고용살이를 하고 있는 오린은 밥을 하는 머리가 뛰어난 아이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노야의 아가씨도 올해 열 다섯이라 혼담도 꽤 많이 들어온다. 위에 오빠가 장사 수완이 좋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녀는 꾸준히 사랑을 해오고 있지만 오린을 끌어들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가씨는 그녀에게 매일 밤 축삼시에 에코인(신사) 경내에 가서

자갈 하나를 주워 오라고 시키는데...

 

백일 밤이 지나 자갈이 백 개 모이면 그 하나하나에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적어 오카와 강에 흘려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그 일을 뱀띠해에 태어난 여자가 기원을 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것이다.

 

사실 오린은 무섭다. 그러나 그녀를 쳐다보는 아가씨의 절절한 부탁의 눈빛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오노야에서 에코인까지는 삼십 분 정도가 걸린다. 오린은 차가운 초겨울 날씨에 몸을 떨면서 손에는 등롱을 쥐고 길을 나섰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가 펄럭이는 소리가 난다.

 

'돌아봐서는 안돼. 눈에 보이면 무서울 테니까'

 

오린은 속으로 다짐한다.

 

혼조 모토마치의 저잣거리를 나와 에코인이 보이는 곳까지 와서는, 무서움을 견디지 못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등롱은 흔들리고 숨이 차서 경내에 뛰어 들어갔을 때는 다리가 풀려 쓰러지고 말았다.

 

손에 자갈을 진다. 아주 작은 자갈이다. 

 

바로 이때 누군가가 보고 있는 기분이 들어 견딜 수가 없었다.

 

달리고 또 달여서 료고쿠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크게 돌아 울상을 지으며 이치노 다리 근처까지 와서야 겨우 멈추었다.

 

멀리 등롱의 불빛이 보였다.


오도카니 하니

 

노란 불빛은 깊은 밤을 등지고 오카와 강가에서 오린의 눈높이에 떠 있었다. 서서히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누구세요?"

 

아무런 대답이 없다.

 

'배웅하는 등롱이다.' 오린은 갑자기 깨달았다.

 

밤길을 혼자 걷노라면 다가오지도 않고 멀어지지도 않는 등롱이 둥둥 떠서 뒤를 따라온다. 혼조의 일곱 불가사의 중 하나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잡아 먹힐 것 같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답답했다.

 

달려서 오노야에 도착해 뒷문에 앉아 울었다.


그날 밤부터 등롱은 매일 밤 따라왔다.  사흘 밤이 지나자 오린의 두려움은 점점 엷어져 갔다. 오히려 등롱이 언제 나타나는가 알고 싶어 걷다가 갑자기 뒤를 쳐다보다를 반복했다.

 

그 사실을 가게 점원인 세이스케에게만 이야기했다.

 

"너구리나 여우의 짓일 게다, 분명해, 여우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너구리는 절대 안 돼."

 

"여우는 사람을 홀릴 때 사람의 손을 끌면서 자신이 앞서서 가지. 하지만 위험한 곳에는 데려가지 않아. 그런데 너구리는 멍청해서 사람의 등을 밀고 가지. 어디로 끌려갈지 알 수가 없어."

 

"그럼, 여우에게 홀렸는지 너구리한테 홀렸는지 어떻게 알아요?"

 

세이스케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슬픈 얼굴만 하고 있었다.


아가씨는 낮이면 평소와 다름없이 교양 수업을 들으러 간다. 오린은 그 뒤를 보따리를 들고 따라간다.

 

얼핏 들은 소리로는 아가씨가 연모하는 남자는 지금까지 상대해 온 남자들과는 달리 만나고 싶을 때 마음대로 만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가게 점원일까? 배우일까?"

 

딱 한 번 그 남자를 본 적이 있다. 글씨공부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그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를 본 적이 있다. 늘씬하고 긴 그림자가 아가씨와 걷던 길가에서 있었는데 그것을 알아챈 아가씨가 오린을 먼저 돌려보냈다.

 

그때의 아가씨의 하얀 손은 햇볕이 닿지 않는 곳에서 가만히 똬리를 틀고 있는 뱀의 배처럼 하얗다. 상대 남자의 팔을 나긋나긋하게 얽어매듯이 붙잡고 있었다.

 

참으로 불쾌한 광경이었다. 남자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르겠지만 좋아할 수 없는 상대임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둘이서 무엇 때문에 저렇게 웃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즐거운 화제는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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