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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

미야베 미유키의 <두고 가 해자>,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by SpiderM 2024.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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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의 <두고 가 해자>

 

"아무래도 그건 간기 도령이 한 짓인 것 같네"

 

이 곳은 료고쿠 다리 동쪽 보리밥집, 시간은 점심쯤이다. 오캇피키(경찰서장이나 수사반장)인 모시치와

아리따운 서른 정도의 묘령의 여인이 함께 앉아 마밥을 먹고 있다.

 

"어라 후지하루잖아." 무기토로(잡곡에 마를 섞은 밥)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도키하즈(노래를 가르치는 선생)인 후지하루였던 것이다.

 

오시즈는 후지하루보다 나이가 젊지만, 초라한 자신의 모습-거친 손, 윤기없는 머리카락, 앞치마-에 갑자기 비참한 마음이 든다.

 

오시즈는 가게에서 일을 하는 종업원이다.

 

쇼타와 있었을 적에는 자신이 에도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쇼타가 지금은 없어졌다.

 

"간기 도령은 수달이 둔갑한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주변에 소리에 갑자기 제 정신으로 돌아온 오시즈.

 

 

"그건 그렇고 대장님은 그런 말을 믿으십니까?"

 

"믿고말고. 그 소문은 진짜라구"


두고 가 해자 이야기다. 두고 가 해자란 혼조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오시즈도 들은 적이 있다. 해가 질 부렵 고기가 많이 잡혀 기분이 좋아진 낚시꾼이 혼조의 긴시 해자 근처를 지나가다 어디선가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두고 가, 두고 가."

 

기분이 이상해진 낚시꾼이 달려서 집에 와서 보니 그물에 잡은 물고기가 하나도 없어졌다는 이야기였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간기 도령'이라고 사람들이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무심무시하다고 하더군. 몸집은 도령이라고 할 정도니 작아보여도 손, 발에 다 물갈퀴가 있고 손톱도 뾰족하니, 머리는 간장 통만 하고, 거기다 어린아이 정도의 눈이 튀어나와 있고, 비수같은 이빨이 촘촘하게....."

 

 

모시치는 끝도 없이 말했다.

 

같이 온 후지하루도 웃으며 묻는다.

 

"두고 가 해자에 나오는 그 놈이 간기 도령이 맞대요?"

 

"그럼, 젊은 사람이 그 놈의 발자국을 직접 본적도 있다니까.." 모시치는 확실하다는 듯이 크게 말했다.

 

"엄청나게 큰 개구리 발자국처럼 생겼대. 그 녀석이 그 놈을 보고 다리가 풀려서 기어서 왔다니까."

 

"발자국은 어디로 가고 있었어요?"

 

"산노 다리까지 있었는데 거기서 깜쪽같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구."


그 소리에 오시즈는 놀랐다. 자신이 산노 다리 근처 열간짜리 공동 주택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오싹함을 느끼고 몸서리가 쳐졌다.

 

"아마, 물에 빠져 죽은 어부나 생선가게 주인일거야." 모시치는 말하다 흠칫했다.

 

오시노의 죽은 남편 쇼타가 어부였기 때문이다. 식당안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조용히 식사를 마친 후 모시치는 오시즈에게 머리를 숙이고 나갔다. '일이 묘하게 되어 버렸네 그려.' 하면서.

 

따라나서던 후지하루도 오시즈를 보았지만 몹시 절박한 눈으로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갔다.

 

"가엾게 되었지..그 좋던 목소리를 잃었으니 말이야."

 

남은 사람들이 후지하루를 두고 말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람에게도 불행은 찾아온다.

 

덧없는 이 세상은 한시도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살아봐야 좋은 일은 가간한 사람이나 돈 없는 사람에겐 사고만 일어나는 못된 세상이다.

 

설거지를 하던 손을 멈추고 멍하니 오시즈는 눈에 촛점을 흐린다.


올해 스물네 살인 오시즈와 쇼타는 서로 사랑을 하여 결혼을 했고 이제 겨우 한 살이 된 우오타로를 안고 낮에는 보리밥집, 밤에는 바느질을 열심히 하여 알콩달콩 살고 있었다. 비록 돈은 없이 결혼했지만 나중에 돈을 벌어 어떻게 하자며 꿈을 꾸며 행복하게 지냈었다.

 

그러나, 한 달 전, 겨우 장마가 가시고 기분이 상쾌한 계절에 남편이 죽었다. 목이 졸려 살해되어 오카와 강 끝에 있는 햣폰구이(강가 가까이 말뚝을 박은 곳-주로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다.)에서 발견 된 것이다.

 

전날 저녁이 다 되어서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오시즈는 아이를 안고 밤을 새웠지만 아침에는 쇼타의 죽음 소식을 듣고 말았다.

 

-익사가 아니었다. 목에는 손으로 조른 자국이 선명했다.-

 

에코인의 모시치는 오시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수사를 해주었지만 아직 성과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모시치는 오시즈에게 늘 면목이 없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마. 내가 곁에 있을테니까." 남편 쇼타는 모질지 못해 혼자 두면 쓰러질 것 같은 오시즈에게 항상 말했다.

 

"여보, 당신 없이는 나 혼자 도저히 살아갈 수 가 없어요. 우오타로도 가엾고..." 이불을 덥고 운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닷새 전에도 우오타로를 안고 오카와 강에 몸을 던져 죽으려고 했다. 저승에 가서 쇼타와 함께 살고 싶었던 것이다.

 

낮에 아이를 봐주는 옆집 오토요 아줌마는 항상 염려하면서 "그래서 어쩌라는 거야. 정신 바짝차려. 살 사람은 살아야지."하며 잔소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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