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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

미야키 미유베의 <배웅하는 등롱> 줄거리 - 혼조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by SpiderM 2024.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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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는 잘못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오린이 계속 말한다. "어디서 굴러먹던 사람인지 모르는 남자가 어째서 좋으신 걸까? 저는 세이스키가 훨씬 아가씨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백비탕을 가만히 오린에게 건네는 세이스케, 마치 자신의 진짜 표정을 숨기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사실 세이스케는 오린이 매일 저녁 심부름할 때면 배웅을 해주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준 고마운 사람이다.

 

"어머, 세이였어요?" 딱 한 번 아가씨가 심야에 심부름가는 오린을 배웅해 주다 세이스케와 마주쳤고 그도 자신의 기원을 도와준다고 기뻐했던 것이다.

 

"너무 상냥하신 분이네요. 고마워요." 하며 웃으며 방으로 돌아간 후 세이스케는 마치 너구리에게 홀린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아가씨가 좋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그.

 

"너는 착한 아이구나. 오린, 배웅하는 등롱은 너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너를 많이 따르는 사람 말이야."

 


그날 밤에도 뒤를 따라오는 등롱에게 오린이 물었다.

 

"당신의 여우? 아니면 너구리?"

 

그때 오린에게 "혹시 저것은 세이스키 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스쳐갔다.

 

여우나 너구리라는 말을 해놓고 자신의 뒤를 안전하게 지켜준 사람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마음속에도 등롱이 켜진 것처럼 따뜻해졌다.


기원을 시작 한지 한 달쯤 후, 오노야 사람들이 깨어있었다. 오린이 신사에 갔다 온 후였다. 가게 전체가 불이 켲 켜져 있었고. 덧문이 때어져 길에 나뒹굴고 있었다. 누군가가 부순 것이다.

 

"오린? 네가 오린이지?"

 

그녀의 어깨를 뒤에서 누군가가 잡았다. 에코인의 모시치 대장이었다. (역주: 수사반장) 대장은 오린을 안고 무었다. 대장의 몸에서는 땀냄새가 났다.

 

"너 어디 갔었니? 안에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때 들것에 실린 누군가가 실려 나가고 있었다. 그이를 덮은 것은 누군가의 옷이었다. 죽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강도가 들었어."

 

"많이 심했나요?"

 

"아가씨가 위험할 뻔했어. 세이스케 행수가 구해줘서 다치지는 않았어."


오노야에 침입한 놈들은 요즘 도시를 떠들썩하게 하게 하고 있는 패거리들이었다. 수법은 가게에 친한 사람을 하나 만들어 두고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모든 것을 알아냈다. 그래서 막상 들어오면 실수 없이 모조리 털어갔다.

 

"아가씨.." "아가씨의 기원상대가 설마..." 오린이 말했다.

 

"기원이라는 건 도대체 뭐냐?" 모시치가 물었다.

 

오린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모두 말했다. 그러자 모시치 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랬구나. 그놈이 한 패였던 거야. 아가씨는 오늘 밤 밀회를 하려고 했어. 하지만 상대 남자는 오노야에 왔던거지."

 

불빛이 흐르는 곳에서 아가씨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물끄러미 그곳을 향해 바라보는 그녀를 따라 모시치 대장도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니? 뭔가 있기라도 한 거야?"


한 달간의 기원은 그 사건으로 끝이 났다. 얼마 후 상처가 낫기도 전 세이스케는 오노야를 나가게 되었다. 아가씨가 시켰다고 했다.

 

"난 그 사람 덕분에 살았지만, 앞으로 세이스케가 날 쳐다보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 마치 나를 구해줬으니 좋아해 달라는 얼굴로 날 계속 쳐다볼 것을 생각하면 미칠 것 같아."

 

아가씨는 세이스케를 좋아하지 않는다.

 

세이스케는 나리의 먼 친척이 하는 또 다른 담배가게로 옮기게 되었고 그 집에서 사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오린 은 그날 밤 에코인을 향해 걸었다. 뒤를 따라오는 등롱을 기다리면서...

 

한동안 걷다가 뒤를 봤지만 차가운 바람이 지나칠 뿐 아무것도 없었다.

 

"오린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많이 좋아하는 누군가가 없어졌어."

 

그저 어둠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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