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기담

미야베 미유키의 <두고 가 해자>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2/3

by SpiderM 2024. 5. 3.
반응형

 

<두고 가 해자>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쇼타의 혼이 저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오시즈나 우오타로와 가까운 곳에서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오시즈도 한적이 있었다.'

 



편히 죽을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시즈는 뺨에 눈물 자국을 남긴 채 날이 밝아올 무렵에야 겨우 얕은 잠이 들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다. 오시즈의 아침은 남들보다 훨씬 더 이르다. 우오타로가 기저귀를 떼기 전까지는 빨래의 양이 평소의 배는 되고, 아이가 잠들어 있을 때가 아니면 해치울 수 없는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여닫이가 나쁜 문을 열고 어둑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은 눈꺼풀을 살며시 손끝으로 눌렀을 때 오시즈의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공동 주택의 하수구를 덮는 널빤지 옆, 언제나 땅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곳에 발자국이 나 있었다.

오시즈의 집 쪽을 향하고 있다.

커다란 발이다. 오시즈보다도 크다. 긴 발톱, 물갈퀴다.

누군가가 말을 건 것처럼 오시즈는 빌떡 일어나 문 쪽에서 우물가까지 똑같은 발자국이 없는지 찾아보았다.

손을 대면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문 옆에서 또 하나를 발견했다. 

문을 나가 조금 더 멀리까지 찾아보았지만 그 외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어제 들은 간기 도령의 이야기가 싫어도 떠오른다.

이 발자국, 만일, 만일 이것이 환생한 쇼타의 것이고 그 사람이 나와 우오타로에게 돌아오려고 하는 거라면.

오시즈는 머리를 흔들어 그 생각을 쫓아냈다.

오시즈는 빗자루를 가져다가 옅은 발자국을 두 개 다 지웠다. 

발자국은 땅바닥에서 사라지는 대신 오시즈의 마음에 남았다. 이것만은 지우려고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발자국은 나타났다.



'나흘째 밤, 오시즈는 결국 마음을 정했다. 긴시 해자로, 두고 가 해자로 가 보자. 이 눈으로 확인하자.'

거기에 정말로 간기 도령이 있고 그것이 그것이 보리밥집에서 건달 같은 남자가 말한 대로 사람이 환생한 것인지 아닌지.

쇼타 그 이가 환생한 모습인지 아닌지.

일곱 가지 불가사의로 유명해진 이후로 두고 가해자에는 낚시꾼도 좀처럼 가까이 가지 않는다. 여자나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다. 정말 '두고가' 하는 무서운 목소리가 말을 거는지 아닌지는 젖혀두고, 그곳이 후미진 곳이라는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오타로도 데리고 가자. 결국 그렇게 정했다. 가슴에 단단히 안고 가면 된다. 게다가 만일, 만일 그것이 쇼타의 환생이라면, 우오타로와 오시즈가 보고 싶어서 이곳으로 돌아오려고 한다면 해를 끼칠 리도 없다. 우오타로를 만나면 기뻐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달밤이었다.

아홉 시, 오시즈는 자고 있는 우오타로를 팔에 안고 한 손에 등롱을 든 채 공동 주택을 나섰다. 


다테카와 강을 따라 잔걸음으로 나아가 기타쓰지 다리를 건넌다. 등불도 꺼지고 오가는 사람도 없는 저자 사이를, 겁많은 쥐처럼 가능한 그늘에 숨어 가며 달린다. 밤길은 신비로운 것이라, 아무래도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다.

두고 가 해자는 그 이름대로 마을에서 버려진 것처럼 쓸쓸한 곳이다. 오시즈의 머리 위에서 흔들리는 버드나무 가지는 바람이 불 때마다 연기처럼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나부끼며 희미하게 속삭인다. 그 소리는 오시즈의 귀에, '시시시…………. 시시시・・・・・・ 라고 들린다. 

오시즈는 해지를 향해, 버드나무 줄기에 몸을 기대다시피 하며깊고 흐린 검은 물을 내려다보았다.

시시시…………. 시시시………….

버드나무 잎이 흔들릴 뿐, 주위는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오시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왔던 길을 돌아가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때, “두고 가."

오시즈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펄쩍 뛰어올랐고 걸음을 멈춘다.

"두고 가"

낮고 쉰, 그러면서도 한 정 앞에서도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큰 목소리였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다. 

“두고 가"

목소리가 다시 한번 부른다.

"쇼타, 당신?"

오시즈는 가까스로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멀게 들렸다.

"당신이에요?"

오랫동안 대답이 없었다. 버드나무 잎이 바람에 운다.

“오시즈.”

그 목소리가 말했다.

오시즈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머리 꼭대기에서 차가운 것이 달려 내려간다.

"당신이에요?"

그러자 그 목소리가 한탄했다.

"비참하구나."

그러고 나서 물에 텀벙 뛰어드는 소리.

오시즈는 멍하니 걸음을 멈추었다가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도망쳤다. 그것은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정말로 괴로운 듯이, 비참하다고 말했다.

틀림없다. 저건 남편이다. 나와 우오타로를 만나고 싶은데 간기도령이라는 비참한 모습이 되어 버려서 만나러 오지도 못한다. 내게 모습을 보일 수조차 없다. 그것을 한탄하며 도망치고 말았다.



"오시즈 씨."부르는 소리에 오시즈는 펄쩍 뛰었다. 오토요였다.

"정말 그렇다면, 어떻게든 성불할 수 있도록 공양을 해야 해."자초지종을 이야기하자 오토요는 힘껏 그렇게 단언했다.

"어떻게 해 주면 될까요?"

아직도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중얼거리는 오시즈의 손을 잡고오토는 말했다.

“내일 밤에는 나도 같이 가 줄게. 좀더 제대로 쇼타 씨랑 이야기를 해 보자고. 그 사람한테 어떻게 해 주면 될지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다음 날 밤에도 같은 시간에, 이번에는 오토요와 손을 맞잡고 오시즈는 두고 가해자로 향했다. 


오시즈는, 오늘 밤에는 등롱 외에 소쿠리에 넣은 잉어 토막을 몇개 들었다.

가난한 살림이라 좀처럼 먹을 수는 없었지만, 쇼타는 잉어 냉회를 좋아했다. 

오시즈는 어젯밤과 똑같은 버드나무 줄기 옆에 서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여보, 제가 왔어요" 하고 불러 보았다.

"여보, 비참할 것 없어요. 당신이라면, 어떤 모습이 되었다 해도 저는 괜찮아요. 우오타로도 데려왔어요. 제발 얼굴을 보여 주세요. 적어도 목소리만이라도 들려주세요."

오토요가 눈짓으로 재촉해서, 오시즈는 소쿠리 안의 잉어를 해자를 향해 던졌다.

텀벙. 텀벙. 텀벙.

그때, 오토요가 오시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쉿, 누가 왔어."

두 사람은 불을 불어 끄고 허둥지둥 갈대 덤불에 숨었다.

등롱 두 개가 흔들리면서 다가온다. 땅바닥을 쓰는 것 같은 그 발소리는 해자 가까이까지 와서 몇 번이나 망설이듯 멈추었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