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기담

미야베 미유키 <축제음악>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 1/4

반응형

미야베 미유키 <축제음악>

미야베-미유키-축제음악

 

 

오토시는 위로를 받고 싶어서 큰아버지 부부의 집을 찾아갔으나 그곳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오토시가 모르는 얼굴이다.

젊은 처녀였다. 나이는 오토시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땅딸막한 어깨에 커다란 머리숱이 적은 눈썹도 두 눈도 약간 처진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교 있는 얼굴은 아니다. 

 

울상이다.

 

입매도 야무지지 못하다. 

 

오토시는 문득 비에 흠뻑 젖은 들개를 떠올렸다.

"큰어머니, 저 사람은 누구지요?"

오토시는 살짝 연 장지 사이로 먼저 와 있던 손님을 찬찬히 훑어보며 물었다.

큰어머니 오사토는 금방 대답하지는 않았다. 

 

힐끗 장지 쪽을 한번 돌아보고,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을 했다.

"큰아버지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되려나.”

“저렇게 젊은 여자가?"

 

오토시는 깜짝 놀랐다.

 



큰아버지 모시치는 이 혼조 일대를 맡고 있는 오캇피키다. 

 

마을사람들에게는 '에코인의 모시치'라 불리고 있다. 

 

그 집까지 초대되어 큰아버지와 마주앉아 저렇게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비슷한 나이의 처녀에게, 오토시는 흥미를 느꼈다.

"어떤 아가씨일까. 저 아가씨도 큰아버지 밑에서 직무를 맡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오토시는 모시치가 부리고 있는 부하의 이름을 댔다.

오사토는 무뚝뚝하게 "글쎄다"라고만 말하고 오토시에게 보리차를 권했다. 

 

오토시는 찻잔을 손에 들었지만 미지근했다.

그때 옆방에 있는 처녀의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래서 저는 조슈야의 오센도 죽였어요."

오토시는 눈을 크게 뜨고 큰어머니를 보았다. 

 

오사토는 곤란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다. 

 

오캇피키의 아내이긴 하지만 친지에게 ‘모르는 척'을 하는 것은 서툰 사람이다.

"저거 뭐예요?"

오토시는 이번에는 옆방에 있는 처녀를 '저것'이라고 불렀다.

 

"사람을 죽였다니...”

“쉬잇."

오사토는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오토시 쪽으로 살며시 얼굴을 가까이하더니 말했다.

“큰 소리 내지 마라. 정 뭣하면 나중에 큰아버지께 여쭤 보도록 해. 나는 이야기해 줄 수 없으니까."

 

 


그때 옆방 처녀가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이 들려왔다.

"오미쓰도 오쿠니도, 그다지 손은 가지 않았어요. 금방 죽어 버렸고 얼굴은 새까맣게 부어올랐지요."

이번에야말로 오토시는 오싹해졌다.

 

옆방 처녀의 목소리는 마지못해 자장가를 불러 주고 있는 하녀의 목소리처럼 평탄하고, 도무지 열의가 없었다.

 

젊은 아가씨가 저렇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다른 곳에서는 들은 적이 없다.

그러면서도 이야기하는 내용은 살인에 관한 것이다.

오사토를 쳐다보자 큰어머니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곤란하군."

"곤란할 것도 무엇도 없어요. 저 아가씨, 큰아버지에게 잡힌 범인이군요. 큰어머니, 힘드시겠어요. 저런 여자가 한 지붕 아래 출입하다니. 무서우시지요?"

“무섭지는 않아. 왜냐하면 저 아가씨는 되는 대로 아무렇게나 말하고 있거든.”

"예?"

“붙잡은 범인을 이런 곳에 놔 둘리 있니."

 

오사토는 장지 쪽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마음이 좀 이상한 거야. 그래서 저렇게 두 달에 한 번 정도 큰아버지와 이야기를 하러 오는 거지 어디, 찹쌀 경단이라도 좀 내줘야겠다. 오토시 너도 좋아하지? 많이 먹으렴. 잠시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구나."

오사토가 부엌으로 나간다.

 

 

뒤에 남겨진 오토시는 옆방 처녀가 또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차라리 우물에 독이라도 넣어서 깨끗하게 처리하고 싶다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러면 편해질 수 있겠지요. 밤에도 푹 잘 수 있고.”

찹쌀 경단을 먹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

 

오토시는 자신의 걱정거리를 잊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살며시 장지를 열고 다시 한번 처녀의 얼굴을 본다. 

 

여자는 이마와 코 밑에 살짝 땀이 밴 얼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날 밤, 오토시는 오사토가 차려 준 저녁 식사를 얻어먹었다.

그리고 낮에 왔던 처녀가 마음에 걸려 견딜 수 없었기 때문에 모시치에게 물어보았다. 

 

처음에 큰아버지는 떨떠름한 얼굴을 하며“밥 먹고 나서 하자"고 말했지만, 오토시가 졸라 대는 바람에 그 끈기에 져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