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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

미야베 미유키 <축제 음악> 4/4

by SpiderM 2024.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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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그 가루분 냄새는!"

소키치는 허둥거렸다. 한텐의 가슴께를 붙잡아 끌어당기더니 코를 갖다 댄다. 그리고 바보처럼 정직하게 "야아, 이거 안 되겠는데"하고 말했다.

오토시는 큰길로 달려나갔다. 앞치마를 벗어 구깃구깃하게 뭉쳐서 그것을 소키치에게 집어던지고는 “나, 죽어 버릴 거야!"라고 내뱉더니 달려갔다. 

 

주저앉은 소키치가 “오토시!" 하고 부르고 있다.


미야베-미유키-축제음악


집으로 돌아간 오토시는 꼼짝 않고 방에 틀어박힌 채 그냥 울기만 했다. 가끔 머리를 들고 귀를 기울인다. 소키치가 찾아온 기척은 없을까.

오토시의 집은 번성하고 있는 음식점이다. 항상 북적거리며 사람이 드나든다. 하지만 아무리 귀를 기울여 보아도 그중에 소키치의 발소리는 섞여 있지 않았다.

그날 밤에는 잠이 오질 않았다. 정말 질투로 불이 붙어 버릴 것만같았다.

소키치 씨는 나를 쫓아오지 않았어, 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뭔가 오해라면 뒤를 쫓아와 이야기를 해 주었을 것이다. 나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필사적으로 행동해 주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나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뺨을 타고 흐른 짭짤한 눈물이 입술 끝에 고였다.

다음 날, 오토시는 아침에도 점심에도 밥을 먹지 않고 자리에만 누워 있었다. 어머니가 걱정하며 살피러 왔지만 건성으로 대답하고 쫓아냈다.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기다리고 있으면 만나러 와 주지 않을 것이다. 역시 다시 한번 내 쪽에서 이야기를 하러 가자하며 일어났을 때, 해는 이미 크게 서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땀에 흠뻑 젖고 틀어올린 오토시의 머리가 헝클어져 있었다. 질투의 형상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소키치가 어디에서 일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소방대장을 찾아가면 왜 그러느냐며 이유를 물을 것이다. 그를 부끄럽게 만들게 된다. 역시 그의 집에서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토시의 발길은 후카가와로 향했다.



다테카와 강을 건넌다. 고개를 숙인 채 걸었다. 덜걱덜걱 소리가 나서 눈을 들어보니 약장수가 저울을 짊어지고 스쳐 지나간다. 목소리도 내지 않고 그냥 짊어지고 가는 모양새를 보면 이제 팔 약이 없어졌나 보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더웠다. 오토시는 생각난 듯이 이마의 땀을닦았다..

그리고 처녀를 발견했다.

머리가 꽉 차 있어서 주위를 보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오토시는 자신이 벌써 오나기가와 강의 다리 기슭까지 와 있음을 깨닫고 깜짝 놀랐다. 질투는 사람을 달리게 하나 보다.

그 처녀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그렇다. 오요시다. 목욕탕을 물려받게 될 아가씨.

오요시는 오나기가와 강의 다리 위에 서 있었다. 난간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강 수면을 아득하게 바라보고 있다.

오토시는 천천히 다리에 올라 오요시 뒤를 지나쳐 가려했다. 오요시가 무언가 중얼중얼 지껄이고 있는 소리가 들린다.

오요시는 모시치의 집에서 털어놓는 것만으로는 모자라, 역시 이런 바깥 장소에서도 머리에 떠오른 것을 아무렇게나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오토시는 그녀 쪽으로 머리를 기울여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모두들 전부 그렇다니까. 나 같은 건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바보 취급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나는...”

거기에서 오요시는 뒤를 빙글 돌아보았다. 오토시는 바늘에 찔린것처럼 펄쩍 뛰었다.

"안녕하세요."

멍청하지만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오토시는 정신없이 말했다.

오요시는 물끄러미 이쪽을 보고 있다. 겁많은 동물을 연상시키는 작은 눈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가끔 혀끝이 살짝 나와 입술을 적신다. 오요시의 몸에서는 시큼한 땀냄새가 났다.

“당신, 축제 음악 들었어요?"

오요시가 갑자기 말했다. 오토시는 알아듣지 못했다.

"예? 뭐라고요?"

"축제 음악 말이에요." 오요시는 되풀이한다.

"그놈들이 하고 있는 거예요. 시끄러워서 못 살겠어. 하지만 나한테는 똑똑히 들린다니까요."

뜻을 알 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들리지 않으면 시끄럽다는 생각도 안 들 텐데, 하고 오토시는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가만히 놔두는 게 좋을 것 같다.

"속이려고 해도 소용없어요. 나는 듣고 있으니까. 날 바보로 생각한다는 건 알고 있어요."

오요시는 말한다. 몹시 화가 나 있지만 분노의 대상은 아무래도 이 근처에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요시의 분노에는 내리는 비를 보며 어린아이가 불평을 하는 듯한 철없는 울림이 있었다.

저녁 강바람이 한번 불어 지나가고, 오토시는 '아아, 기분 좋다'하고 생각했다. 목덜미가 선선해졌다.

"나는 이만 가야 해요."

특별히 오요시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오토시는 작게 그렇게 말하고 나서 걸음을 옮겼다. 오요시는 강 쪽을 향해 우두커니 서 있다.

“축제 음악."

화내고 있는 오요시 너머로 화난 듯한 저녁노을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저녁노을에게 들려주듯이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남자는 모두 축제 음악이야."

오토시는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추었다. 어깨 너머로 보니 오요시는 아직도 당당히 서 있었다.

“모두 알고 있어." 그 여자는 다시 한번 말했다.

오토시는 생각했다. 이대로 여기에 내버려두어도 안 될 것 같으니 데리고 돌아갈까. 해가 지려면 아직 시간이 있지만 이런 아가씨를 혼자 내버려 두고 가자니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오토시는 문득 이 가엾은 여자에게 마음이 움직였다.

오요시는 분명히 미쳤다. 그것은 오토시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왜 그녀가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는 큰아버지 모시치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거기까지는 모르는지도 모른다. 오요시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야기하고 있다. '남자는 모두 축제 음악이야'라는 말에서, 오토시는 오요시의 배신당한 영혼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축제 음악'이란 혼조의 일곱 가지 불가사의 중 하나다. 밤중에 문득 깨어나 보면 어디에선가 북이며 피리 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들리는가 하면 가까워지고, 가까운가 하면 멀어진다. 아무리 해도 장소를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살펴보아도 밤중에 그런 음악을 연주했던 집이라곤 없다. 그런 이야기다.

오요시의 '남자는 모두 축제 음악이야'라는 말에, 오토시는 생각했던 것이다. 사람을 놀리는 것 같은 즐거운 음악 소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사랑하는 상대와 똑같다고.

오요시도 그것 때문에 괴로운 기분을 맛본 적이 있는지 모른다.

"잠깐 축제 음악 이야기를 하지 않을래요?"

오토시가 웃는 얼굴로 말하자 오요시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날카롭게 말했다.

"당신도 축제 음악이잖아."

그것을 끝으로 오요시는 말을 하지 않았고, 오토시는 잠자코 어깨를 나란히 한 채 강의 흐름을 들여다보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사이좋은 처녀 둘이 생각에 잠겨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의 빛깔이 점차 어두워진다. 싸늘하게 보인다. 올려다보니 하늘도 엷은 먹을 흘린 것 같은 색깔로 물들고, 그것을 비추어 내는 강의 색깔이 또 어둡게 가라앉아 간다.

저녁노을은 이미 아주 높은 곳에서 선녀가 가볍게 나부끼는 옷소매 같은 구름이 되고 말았다. 오가는 사람들의 수도 부쩍 적어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만월이다.

가늘게 썬 무 같은 달이 어둑어둑해진 저녁 하늘에 떠 있다. 큰일이다. 큰아버지도 조심하라고 말씀하셨고, 등록도 없으니 슬슬 돌아가야지.

나는 무엇을 하러 다테카와 강을 건너왔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오토시는 오요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오요시 씨, 돌아가요. 늦으면 모두들 걱정할 거예요."

오요시는 움직이지 않는다. 참을성 있게 몇 번이나 말을 걸어 겨우 이쪽을 돌아보게 했을 즈음에는, 다리 위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자, 돌아가지요."

오토시는 미소를 지으며 오요시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그때.

은밀하게 스스슥 하는 소리가 들렸다. 등 뒤에서 다가온다. 어두컴컴한 어둠 속에서, 그것은 종이뱀이 기어 오는 소리처럼 들렸다.

옷이 스치는 소리였다. 오토시 뒤에서 한 남자가 다가왔다. 그것을 알아차린 그녀는 돌아보았고, 오요시는 "히에에” 하는 소리를 냈다.

오토시는 난폭하게 어깨를 잡는 손길을 느꼈다. 그 손이 몸을 돌려세웠다. 가느다란 은빛 물고기가 물속에서 몸을 뒤집는 모습처럼 번쩍이는 금속이 눈에 들어왔다. 오토시는 비명을 질렀다.

오요시는 탄탄한 몸으로 돌진해 왔다. 그녀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토시의 몸을 밀쳐내고는 남자에게 몸을 힘껏 부딪친다.

“축제 음악이야, 알고 있어!"

오요시는 외친다. 엉덩방아를 찧은 남자는 날카롭게 갈린 면도칼을 손에 들고 입을 벌린 채 오요시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때 호각 소리가 들려왔다. 오토시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오토시, 오요시! 다친 데는 없느냐?”

모시치의 목소리였다. 이제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목소리다. 오토시는 버둥거리다시피 하며 일어나서, 달려온 큰아버지의 팔에 매달렸다.

모시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남자가 세 명. 오토시가 모르는 얼굴뿐이지만 아마 모시치가 부리는 젊은이들일 것이다. 면도칼을 들고 오토시를 덮쳤던 남자를 밧줄로 둘둘 감고 있는 참이다.

“정말 담대한 놈이로군. 하필이면 오토시 아가씨의 얼굴을 베려고 하다니."

"얼굴을 벤다고요?”

오토시는 저도 모르게 두 뺨을 눌렀다.

“어떻게 된 거예요, 큰아버지? 이놈이 얼굴을 베고 다니던 범인인가요?"

모시치는 주저앉아 있는 오요시 옆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오요시는 마음만 먼 곳으로 가 버린 것처럼 누구의 눈도 보지 않고 목소리도 듣지 않은 채 다리 반대쪽을 바라보고 있다.

모시치는 다시 오토시를 돌아보더니 부축하듯이 손을 잡았다. “그래. 천벌 받을 놈이지.”

밧줄에 묶인 남자를 내려다본다.

"이 바보 녀석이 이런 짓을 시작한 것은 반년쯤 전부터다. 처음에는 장소가 아자부였지."

면도칼을 잃은 남자는 빈약한 턱을 얇은 가슴에 갖다붙이다시피하며 몸을 움츠리고 있다.

"다음 만월 때는, 요쓰야에 나타났어. 다음은 스루가다이였다. 점점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던 거야. 그 사이에 처녀를 덮쳤지만 소란이 일어나 실패한 적도 있는데, 그 일이 있었던 곳도 포함해서 이어 보아도 확실히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뭐랄까, 성실하다면 성실하지 않은가.

오토시는 남자의 작은 눈을 들여다보았다. 빛깔이 엷고, 어디를 보고 있는지 확실치 않은 눈이다. 오요시 씨와 똑같은 걸까 하고 생각했다. 오요시가 나름대로 일관되게 미친 것과 비슷하게, 이 남자도 나름대로 자신의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무서워졌다.

"지난 만월 때 결국 오카와 강을 넘어 료고쿠에서 한 명을 베었지. 그렇게 되면 이번 만월 때는 반드시 혼조 후카가와 쪽으로 건너올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잠복을 하고 있었단다. 하지만 소동이 일어나면 곤란하니 이 일은 덮어두었지.”

"거기에 어슬렁어슬렁 나타난 거예요. 하지만 다른 오캇피키에게서는 도망칠 수 있어도 대장님에게서는 도망칠 수 없다는 말이지요."

부하 젊은이가 코를 벌름거리며 말한다. 오토시는 그제야 두근거리던 가슴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신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수건으로 얼굴을 완전히 덮고 있는데, 새빨간 연지를 바른 입술과 시원스럽게 뻗은 코가 엿보인다. 수건 끝을 입술로 누르고 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옷을 입고 있다. 맞춰 입은 것인지도 모른다. 연한 붉은색이 하얀 뺨과 잘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면.

하지만 어깨가 꽤 탄탄한 것 같다. 목도 굵은 것 같은. 그렇다, 여자치고는.

오토시의 시선을 쫓고 있던 모시치는 장난을 자백하듯이 말했다.

"얼굴을 베고 다니는 이 녀석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미끼가 필요했어. 하지만 말이다. 오토시. 진짜 젊은 아가씨를 쓸 수는 없지 않느냐. 그렇다고 우리 애들한테 시키자니 여자 차림을 해 봐야 그냥 기분만 나쁠 뿐이고. 그래서 머리를 쥐어짜 저 녀석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옷을 바꾸고 화장을 하면 충분히 젊은 처녀로 보이는, 하지만 여차할 때에는 제대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 만큼 날래고 몸놀림이 좋은 남자니까. 그래서 저 녀석을 데리고 달이 둥글어져 가는 동안 매일 밤 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지."

모시치는 곤란한 듯이 머리를 긁적인다.

"미안하구나. 네가 질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안하다고 생각하긴 했다. 마음속으로는 두 손 모아 빌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다.

“이 녀석은 정말 성실한 놈이야. 겉모습뿐만 아니라 서 있는 자세나 행동거지도 젊은 아가씨로 보이지 않으면 곤란하다면서…. 그래서 스쳐 지나가는 아가씨들을 뚫어져라 쳐다보기도 했겠지. 용서해 줘라, 오토시.”

아무 말도 없이 바라보고 있는 오토시 앞에서 그 '여자'가 물고있던 수건을 놓았다.

"오토시, 미안해." 소키치가 말했다. "이런 차림새라서.” 그래서 가루분 향기가 났던 것이다. 오토시는 정신을 잃었다.



오토시가 정신을 차린 곳은 모시치의 집 안방에서였다. 비가 샌얼룩이 있는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오사토가 들여다보았다.

"아아, 다행이다. 정신이 들었구나.”

오토시는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소키치 씨는?" 하고 물었다.오사토는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우리 바깥양반이랑 같이 파수막에 가 있어. 옷을 제대로 갈아입고 가루분도 지우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잖니."

그 말에 겨우 진정이 되었다. 그러면 오나기가와 강 다리에서 있었던 일은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요시 씨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그 처녀는 여태까지랑 똑같아."

잠시 후 모시치가 돌아왔다. 소키치도 함께였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둘이서 해라." 모시치는 선뜻 말했다. 튼튼한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방해는 하지 않으마. 얼굴을 베고 다니던 놈은 붙잡았으니 밤 길을 다녀도 무섭지는 않을 테고."

소키치는 말없이 오토시의 얼굴을 보았다. 오토시는 그에게 웃음을 지으며,

“나, 알고 싶은 게 있어요."

"뭐지?" 모시치가 대답했다.

"그 얼굴을 베고 다니던 남자는 어째서 그런 짓을 했지요?"

 

“못생긴 얼굴이 싫다면서 여자가 자신을 버렸다." 소키치가 대답했다.

진지한 얼굴이다.

“가엾게도 그것 때문에 머리가 이상해져서 여자가 미워 견딜 수 없게 되었어. 남자도 버림을 받으면 무서운 법이야, 오토시.”

태연하게 말한다. 모시치 부부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고, 오토시가 허둥거리고 있자니 소키치도 웃기 시작했다. 오토시는 분위기에 맞추듯이 살짝 얼굴을 누그러뜨리고 나서 소키치의 팔꿈치를 꼬집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야."

모두들 웃음을 그치기를 기다려 오토시는 말을 이었다.

"오요시 씨에 대해서도 모르겠어. 그 아가씨, '축제 음악 들었어?"라고 했단 말이야. '당신도 축제 음악이잖아'라는 말도 했어. 얼굴을 베고 다니는 남자에게서 날 구해주었을 때도 그렇게 말했어....... 무슨 뜻일까."

모시치는 무더운 밤에는 이것이 좋다며, 방금 끓인 뜨거운 보리차를 마시고 있다. 땀을 흘리며 얼굴을 찌푸리고. 하지만 이야기를 시작하자 더욱 엄격한 얼굴이 되었다.

"오요시라는 아가씨는 더없이 성실한 처녀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지 않았는지도 모르지. 그렇게 되어 버린 것은 혼담이 깨졌기 때문이었다."

오요시의 부모님 말로는, 처음에 그것은 좋은 혼담으로 보였다고한다. 니혼바시 도리초의 잡곡 가게 후계자로 풍채가 좋은 남자였다. 오요시는 그에게 열중해 있었고 그쪽에서도 오요시의 똑똑하고 밝은 면을 마음에 들어 해서 이야기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그것이 깨진 이유는 상대 남자가 갑자기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는 오요시가 아니었다.

"미안합니다." 남자는 다다미에 손을 짚었다. “이럴 바에는 좀더 일찍 확실하게 말씀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저는 처음부터 오요시 씨에게는 아무래도 성에 차지 않는 데가 있었습니다. 뭐라고 할까…………. 저는 오요시 씨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너무하네요. 남자가 너무했어요."

오토시는 그렇게 치부하고 나서 자신도 언젠가 '요시는 상속을 받지 않으면 시집갈 데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부끄러워져서 모시치의 시선을 피했다.

"오요시의 혼담은 이미 공공연한 이야기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깨진 것은 진흙덩어리를 맞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모시치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오요시는 어릴 때부터 예쁜 언니들과 비교를 당하며 쓸쓸한 기분을 맛보아 온 아가씨야. 남자의 말은 큰 충격이었겠지……. 그 후부터였다. 조금씩 상태가 이상해져 갔지. 모두들 자신의 얼굴을 손가락질하며 웃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런 말을 한 사람은 모두 죽여 버리겠다고 결심하고...”

"하지만 죽인 것은 머릿속에서 뿐이었지요. 말로만 죽인 거예요."오토시는 오요시의 침착한 옆얼굴을 떠올렸다.

“정말로 손을 써서 남을 해치는 일까지는 할 수 없었던 거지요."소키치의 말에 모시치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오요시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고난 상냥한 심성까지는 잃지 않았다는 말이니까."

“저를 구해주었을 때의 일은?"

오사토가 '괜찮지요?" 라는 얼굴로 모시치를 보고 나서 말했다.

"그것은 오요시 씨가 말이다, 그 얼굴을 베고 다니던 남자가 오토시가 아니라 자신의 얼굴을 베러 온 줄 알고 한 짓인가 봐. 파수막에서도 그렇게 말했다더구나. 그렇지요, 여보?”

모두가 내 얼굴을 손가락질하며 웃고 있다. 그런 더러운 얼굴은 필요없다며 베러 올 것이다.

오토시는 눈을 감았다.

축제 음악. 밤중에 잠에서 깨었을 때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피리나 북소리. 어디의 누가 소리를 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분명히 귀에 들린다.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면서.

오요시는 그 축제 음악에 자신을 비웃는 목소리를 겹쳐 듣고 있었다.

“당신도 축제 음악이잖아."

미친 머릿속에서, 아무런 맥락도 없이 누구에게나 던져지던 말. 그러나 오토시를 향해 던져졌을 때는, 그것은 슬플 만큼 옳았다. 그녀도 장지문 그늘에서 오요시를 비웃은 적이 있으니.

"미안해요." 오토시는 중얼거리며 손으로 두 눈을 눌렀다. 귓속에서 희미하게 피리와 북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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