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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

실연의 끝 원령이 된 기요 히메

by SpiderM 2024.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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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담의 특징 중 하나는 선과 악의 관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복수하는 쪽이 착하지 않고, 당하는 쪽이 악당이 아닌 것은 우리 기준으로 매우 이상해 보입니다. 이 이야기 기요 히메 이야기도 복수하는 쪽의 집착이 선량한 남자를 희생물로 만듭니다. 하지만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바로 '사랑'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입니다. 조선이나 일본은 모두 여성이 살기에는 너무 힘든 곳이었습니다. 이점을 먼저 알려드리고 본 기담을 시작하겠습니다.

 

(알려 드립니다) 블로그에 사용하는 이미지는 제가 AI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것들이고 펌 하실 경우 이미지 중복이 되오니 불가합니다.


 

 

일본 와카야마 현 구마노에 있는 고야산은 일본 불교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산에는 헤이안시대 진언종을 일으킨 홍법대사가 세운 절을 비롯해 백 여개가 넘는 사찰들이 있어서 늘 참배객과 수행하는 승려들의 발길에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일본 불교의 성지, 와카야마현 고야산 1,200년 이상 이어져 온 신앙의 땅 - ANA

사찰 요리란 고기나 생선 등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불교의 계율에 따른 요리를 말합니다. 고야산 사찰 요리의 기원은 손님에게 대접하는 요리였기 때문에 칠기에 여러 음식들이 늘어서 외형도

www.ana.co.jp

 

이곳의 숙박업소는 늘 손님으로 북적거렸고 쇼지 역시 식당과 여관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 그에게는 기요 히메라는 외동딸이 있었다.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일을 도왔으며, 늘 여행객들을 바라보던 그녀가 맘에 드는 사람이 생겼다. 바로 고슈 출신의 승려 안친이었고 순례를 올 때면 항상 쇼지의 여관에서 머물렀다.

 

혼기가 찬 기요 히메와 수려한 승려 안친

 

 

 

딸의 속마음도 모르고 쇼지는 딸을 위해 적당한 혼처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요 히메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아버지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안친이 고야산으로 수행을 와서 쇼지의 여관에 묵을 때였다. 마음을 굳힌 기요 히메는 불쑥 안친의 방으로 들어가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스님을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배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놓친 적이 없습니다. 저와 함께 멀리 떠나서 가정을 꾸리지 않을시렵니까?"

 

"저를 받아 주실 수 없다면 여기서 저를 죽여주세요. 당신이 아닌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느니 죽어버리겠어요." 히메는 거침없이 노골적으로 말했다.

 

안친 스님 입장에서는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그녀를 달래기 시작했다.

 

"당신의 마음은 잘 알겠소. 하지만 지금 나는 고야산으로 들어가 수행을 해야 하오.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마음과 몸을 어지럽게 해서는 안되오. 내가 하산하는 길에 들러 당신을 데려가리다."

 

안친의 말을 들은 기요 히메는 몇 번이고 들러달라고 약속을 받은 후에야 방을 물러났다. 뜬 눈으로 밤을 새운 안친 스님은 새벽녘에 짐을 꾸려 산으로 들어갔다. 수행이 끝난 후 그는 들어온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가려고 했다.


돌아오는 않는 안친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기요 히메

 

아무것도 모르고 오지 않는 안친을 하염없이 기다리던 기요 히메는 몸져눕게 되고 아버지는 아픈 딸을 걱정하게 있었다. 그녀는 며칠 후 같이 올라갔던 참배객들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자 뛰어가 물어보았다. 

 

"혹시 안친 스님이라고 젊은 분이 올라가지 않으셨는지요?"

 

"알고 있소이다. 하지만 내려오는 길에 중간에서 다른 길로 가더이다."

 

그때서야 안친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었다.

 

"나에게 그렇게 맹세을 해 놓고도 속이다니 결코 용서하지 않겠다."

 

그러고선 안친이 갔다는 샛길을 찾아 미친 듯이 쫓아갔다. 그녀의 몰골을 본 아버지와 사람들은 경악을 하고 감히 말리지 못했다.

 

풀어헤친 머리, 맨발의 그녀.

 


남자의 배신으로 흑화한 기요 히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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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저와의 약속을 어겼습니까?" 어느새 안친의 뒤를 잡은 기요 히메는 물었다. 나무 아래에서 주먹밥을 먹던 승려는 깜짝 놀라 뒤로 자빠졌다.

 

잠시 후, "소승은 이미 부처님에게 귀의를 한 몸이오. 안타깝지만 당신과는 배필이 될 수 없는 운명이오."

 

"그렇다면 그날 저녁 왜 저에게 거짓말을 하신 겁니까?" 기요 히메의 말.

 

"그렇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나지 않았을까요? 어쩔 수가 없었다오. 이해해 주오."

 

안친은 승려로서 최선을 다한 선택이었지만 한 가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바로 여자의 자존심을 뭉개버린 것이다.

 

방으로까지 찾아가 사랑을 고백했지만 이런 식의 대접을 받았으니 제정신으로 버틸 수 없었다.

 

그때 기요 히메는 온몸을 흔들며 연기를 뿜고 흉측한 귀신의 모습으로 변했다.

 

놀란 안친 스님은 먹던 주먹밥을 내 던지고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을 쳤다. 정신없이 도망가던 그는 큰 강을 만나게 되고 나룻배를 찾아 강을 건너려고 했다.

 

그러나 강 건너편에 도착하자 귀신으로 변한 기요 히메가 강에 도착했고 이를 본 사공과 안친은 미친 듯이 도망갔다. 

 

강을 건너지 못한 기요 히메는 발을 구르며 멀어져 가는 안친을 보고 있었다. 그러다 온 몸에서 비늘이 돋아나고 이마에도 뿔이 자라났다. 뿔이 달린 뱀으로 변한 히메는 강을 헤엄쳐서 안친을 쫓아갔다.

 


뱀으로 변한 기요 히메

 

도망가던 안친은 절을 만나게 되고 뛰어 들어가 사연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여자가 뱀으로 변했다는 말을 믿지 않던 스님들은 진짜로 뱀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수리하기 위해 바닥에 내려놓은 범종 안에 안친을 숨겼다.

 

잠시 후 사찰로 덮친 히메, 뱀은 모든 곳을 덮치며 안친을 찾았다. 드디어 종루까지 오게 된 그녀는 범종 안에 안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종을 자신의 몸으로 둘둘 말았다.

 

그리고는 독을 내뿜고 종을 녹이려 했지만 강철로 된 종은 쉽지 않았고 또한 엄청난 독으로 인해 히메 자신의 몸도 점점 녹아가고 있었다.

 

비늘이 다 벗겨져 나가 너덜너덜해진 그녀는 드디어 종에서 떨어져 나갔고, 그런 그녀를 스님들은 몽둥이로 때려 내쫓았다.

 

서둘러 범종을 올려 안을 보니 가부좌를 튼 안친이 까맣게 타 죽어 있었다. 두꺼운 종조차도 뱀의 독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이를 본 스님들은 안친을 불쌍히 여겨 양지바른 곳에 묻어 주었다.

 

다음회에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Spide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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