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기담

귀 없는 비파명인 일본 기담 이노우에 히로미 - 마지막회

by SpiderM 2024. 5. 16.
반응형

오후가 되어서야 호이치는 비파를 끌어안고 밤을 기다렸다. 그날도 사무라이의 손에 끌려 다이묘의 성으로 갔다. 마찬가지로 사무라이의 손을 잡고 절로 돌아왔다. 호이치가 계속해서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자 무슨 일이 있음을 짐작한 주지 스님이 절의 일꾼 한 명을 불러 호이치를 밤에 감시하게 했다.


 

 

"오늘 밤에 호이치를 잘 살펴보아라. 만약 밖으로 나가면 뒤를 밟아라. 절대 놓쳐서는 안된다."

 

드디어 밤이 늦어가고 호이치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비파를 꼭 끌어안고 마치 눈이 맑은 사람처럼 길을 힘 있게 혼자서 나아간다.

 

너무 빨라 곧 일꾼은 숲 속에서 호이치를 놓치고 말았다. 낙담한 일꾼이 돌아서려 할 때 멀리서 비파소리가 들렸다.

 

정신을 차린 일꾼은 소리를 따라갔다. 어디로 갔을까?

 

그곳은 헤이케 일족과 안토쿠 천황의 무덤이 있는 마을 뒷산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곳에서 등롱을 끄고 조용히 묘비 뒤에서 본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일꾼은 무서움을 견디지 못하고 냅다 절을 향해 도망쳐 버렸다.


 

오니가 된 안토쿠 천황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요즘 매일 밤 어디로 가는 것이냐?" 갑작스러운 주지 스님의 호통에 호이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는 말을 떠올렸다.

 

'절대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을 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자신을 거두어 준 주지 스님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기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하오나 지금은 말씀드리기 어려우니 며칠만 말미를 주십시오."

 

"어제 너를 미행한 일꾼이 본 것을 말해주랴?"

 

"네가 안토쿠 천황과 헤이케 일족이 묻힌 무덤 앞에서 비파를 연주했다고 했다."

 

"아닙니다. 저는 언제 사무라이로 들리는 자와 아주 큰 성으로 간 것입니다. 믿어주십시오."

 

주지 스님은 아무 말없이 손을 내밀어 호이치의 소매 끝에 묻은 이끼를 보여주며 말했다.

 

"냄새를 맡아보거라. 이건 무덤에서 자라는 이끼다."

 

호이치는 소스라치며 놀라고 뒤로 펄쩍 뛰며 울음을 떠트렸다.

 

"사실은 사흘 전 주지 스님께서 법사로 절을 비우셨을 때 한 밤중에 사무라이로 들리는 자가 와서 나를 웬 큰 집으로 안내해서 그곳에서 다이묘께 비파 연주를 해주었습니다." 호이치는 진정하고 말했다.

 

이어 계속 말을 이었다. "6일 동안 오라고 하셨는데 매일 같은 부분만 연주하라고 분부하셔서 이상하기는 했었습니다. 절대 다른 사람에겐 말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주지 스님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첫날 잠을 자는 너의 모습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원령 (모노노케 Mononke) 들은 매일 조금씩 너의 기를 앗아갔다가 마지막 6일째 되는 날 완전히 너를 소멸시켜 버린다."

 

"더군다나 6일 중 3일이나 지났으니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 어떡하겠느냐? 이대로 죽을 것이냐? 네가 선택해라!"


 

 

"네 무슨 일이든 감당하겠습니다." 호이치는 말했다.

 

그러자 주지 스님은 호이치에게 모든 옷을 벗게 한 다음 마당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라고 했다. 잠시 후 붓을 들고 나타난 스님은 그의 몸에 반야심경을 빼곡히 적었다.

 

가슴과 얼굴, 무릎과 발까지 빼곡하게 경문을 적어 놓았다.

 

"내 말 명심하거라. 오늘 밤이 되면 어제처럼 원령이 너를 찾아와 부를 것이다. 절대로 대답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거라. 하룻밤만 넘기면 다시는 너를 찾지 않을 것이다."

 

그날 주지스님은 일꾼들을 일찍 하산시키고 자신도 동자승을 데리고 하산했다.

 

혼자 남은 호이치, 온갖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바짝 긴장했다. 땀조차 흐르지 않았다.

 

그때, "호이치! 어디 있느냐?" 무사의 목소리가 울렸다.

 

마루를 왔다 갔다 하다가 방으로 들어와 호이치를 지나갔지만 그를 보지는 못했다. 경문이 적힌 몸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한참 동안 마루를 서성이다가, "어디로 사라진 거지?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이제 며칠만 더 있으면 연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는데. 가만있자. 비파와 귀는 여기에 있는데..."

 

철렁하는 호이치. 귀에는 경문을 적혀있지 않았다. 스님도 그곳을 잊으신 것이다.

 

"이제 가야 하는데. 그냥 갈 수는 없고, 귀라도 가져가와겠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억센 손아귀가 자신의 귀를 집어 뜯어버렸다.

 

눈앞이 깜깜하고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소리를 낼 수 없고 움직일 수 조차 없었다. 피로 물드는 다다미 방.

 

다음 날 새벽 일찍 서둘러 절로 돌아온 스님은 피를 낭자하게 흘린 채 기절해 있는 호이치를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아차, 내가 급하게 서두르다가 미처 귀에다가는 경문을 적지 않았군. 그래서 원령의 눈에 띄고 말았네. 이를 어찌할고."

 

조용히 합장을 하고 의원을 불러 호이치를 치료하게 했다. 이 일을 겪은 후 그의 비파 실력은 더욱 좋아져 전국에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그의 연주를 들으려고 에도에서도 사람이 오는 등 난리였다. 하지만 그 이후 호이치는 '귀 없는 호이치'라고 불리게 되었다.

 

귀 없는 비파명인 끝.

 

SpiderM

반응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