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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담

실연의 끝 원령이 된 기요 히메 -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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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우에 히로미의 일본 기담 중에서 실연의 끝: 원령이 된 기요 히메 의 마지막 편이 되었습니다. 엉뚱하지만 사랑을 배신한(?) 남자에게 복수하는 기요 히메의 흑화한 모습과 복수를 하는 전편에 이어 계속됩니다.


죽지 않은 기요 히메

 

 

며칠 후 주지 스님의 꿈에 꼬리가 둘이 달린 거대한 뱀이 나타났다. 그런데 꼬리 중 하나에 얼굴이 달려있었다. 바로 종안에서 죽은 안친이었다. 안친은 슬픈 표정으로 주지스님에게 말했다.

 

"죽는 순간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적어도 기요 히메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죽고 난 후에도 이렇게 기요 히메에게 잡혀 있으니 하루하루가 고통입니다. 부디 저를 구해주십시요."

 

"내가 어찌하면 되겠나?" 주지 스님이 말했다.

 

"저의 유골은 잘 수습되었지만 기요 히메는 여전히 큰 상처를 입고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샃어를 위로해 주는 법회를 열어주소서."

 

그 예기까지 들은 주지 스님은 잠을 깨고 며칠 후 성대한 법회를 열고 뱀으로 변한 기요 히메를 위한 법문을 암송해 히메를 위로했다.

 

그날 밤 안친이 꿈에 다시 나타나 고마움을 전했다.

 

"주지 스님의 덕으로 저는 드디어 하늘 나라로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요 히메는 아직 사랑의 집착으로 인해 한을 풀지 않고 있어 구천을 떠돌고 있으니, 절대로 여자는 절에 들이지 마십시요."


 

주지 스님은 안친의 부탁대로 그 후부터 사찰내에 여자를 금했고, 기요 히메로 인해 사라져버린 종을 다시 만들려고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흘렀고 절의 모든 스님들이 모이고 흩어져 많은 것이 변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과 헌신으로 종은 드디어 완성되었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완성 축하 법회를 열게 되었다.

 

사라지지 않은 건 '여전히 여자들은 사찰에 들어오지 못한다.'였다.

 

성대한 법회가 끝나는 날 잘 차려입은 시라뵤시(남장을 한 여자무희)가 찾아와 출입을 간곡히 요청했지만 여전히 스님들의 답은 '안된다.' 는 것은 철저히 지켜졌다.

 

그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간곡히 말했다.

 

"저희 어머님이 많이 아프셔서 이 절에서 종을 위한 춤을 춘다면 병이 나을 것이다."라는 스님의 말을 들었습니다. 거짓이라도 어머니를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요."

 

애절한 사연에 결국 스님은 허락을 해주게 되었다.


 

스님들이 보는 가운데 범종 가운데 선 시라뵤시가 갑자기 큰 소리로 호통쳤다.

 

"그토록 방해를 했건만 다시 만들다니, 가만 놔둘 것 같으냐."

 

순식간에 뱀으로 변한 그녀는 범종을 몸으로 쌓고 독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주지 스님은 "이 절에 여자를 들이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이런 일을 미연에 막고자 했던 것이다.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마음의 짐을 풀지 못하다니..."

 

영원한 사랑의 짐을 덜어주는 주지 스님

 

 

혀를 차며 주지 스님은 승려들로 하여금 범종을 둘러싸고 불경을 암송하라고 시켰다. 그러자 기요 히메, 뱀은 고통에 못 이겨 꿈틀대기 시작하고 자신의 독기로 죽어 버렸다.

 

이로써 수십 년에 걸친 한 여인의 사랑의 상처가 치유되었다.


이 이야기는 에도 시대 인형극인 조루리와 연극인 카부키로 만들어 져서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비록 이해가 쉽진 않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하고 싶은 여인의 작은 희망이 붕괴되는 비극으로 보이기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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