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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추리#1> 미야베 마유키의 음의 방정식 (2) 줄거리 와 각색

by SpiderM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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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미야베 마유키의 <음악 방정식>의 2번째 이야기입니다. 원본에 충실한 각색을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주인공:  스기무라 시부로 (탐정) - 학생측 조사관

조연: 후지노 료코 (학교측 변호사)


 

영어 선생 히노 다케시 (38)

 

히노 다카시 (38) 음의 방정식

 

 

사건은 소등 후 밤 열한시쯤, D반 남학생 일곱 명이 모여 있는 3층 교실로 히노 선생이 순찰을 왔을 때다. 일곱 명 모두 아직 자지 않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음악을 듣거나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히노 선생이 말했다.


"너희 어차피 이 시간에 잘 리는 없을 테니 과제를 하나 내겠다.

 

다 함께 생각해봐.

 

이 체험캠프는 '재해시 피난소'라는 설정인데,

 

실제로 재해가 일어났을 때의 피난소는 이렇게 태평하질 않아.

 

물도 식량도 의약품도 부족하고,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점점 악화되지.

 

그래서 말인데, 이렇게 가정해보자.

 

너희는 완전히 고립되었고, 모든 구조와 보급이 끊겨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모두가 살아남을 수는 없는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다.

 

최소한 누구 하나는 희생되어야 한다.

 

자, 누구를 선택하겠나?"


히노 선생은 일곱 명에게 도전적으로 물었다.

 

"장난치거나 웃으면서 넘기려 하지 말고 진지하게 생각해.

 

농담이 아니야.

 

가혹한 상황에서 살아남을 여섯 명과 죽어줄 한 명을 결정하는 거다.

 

제한시간은 한 시간.

 

한 시간 후에 너희가 낸 결론을 들으러 오겠다. 그때까지 신중하게 의논해봐.

 

성의 없는 답 말고, 정말로 목숨이 달렸다고 생각해봐."

 

아무리 생존 캠프이지만 학생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종류의 말임은 분명하다.

 

충격을 받아 학생들 중 우는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한 시간 후 히노 선생은 나타나지 않았다.


 

교실과 복도에는 CCTV가 없다.

 

시간대는 경비원의 순찰 시간도 아니었다.

 

2층 D반에 있던 여학생 여섯 명과 휴게실에 있던 부담임 아라이 선생은 경보가 울릴 때까지 전혀 상황을 몰랐다.

 

당사자인 히노 선생과 중등부 3학년 아홉 명 외에는 목격자가 없었다.

 

당사자들의 주장은 학생들은 히노 선생이 말헀다고 하고 당사자 히노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완전히 둘로 갈렸고,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았다.

 

학생들은 선생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고, 선생은 학생들이 미리 입을 맞춰 얼토당토 않은 쇼를 하고 있다며

 

강경하게 맞섰다.

 

학교 측은 일단 히노 선생을 자택에 대기 발령을 조치하고 사건의 아홉 학생과 격리 후 신중하게 조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히노는 멋대로 학교에 출근해 교실로 들어오려 하거나, "직접 얼굴보고 얘기하고 싶다"며 관련 학생들의 집을 찾아가는 바람에 수차례 학교와 보호자들과 갈등을 빚었다.

 

아무런 진전도 없이 보름 가까이 시간이 흐르고,  당사자인 시모야마 부부는 히노 선생의 행태는 뻔뻔하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태도이고 그런 문제 선생을 통제하지 못하는 학교 측의 소극적인 대응을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사학 총괄기관인 문부과학성에 제소하겠다고 나섰다.

 

매스컴에서 달려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마 상어떼처럼 이빨을 드러내고 물어 뜯을 것이다.

 

당황한 학교 측은 중등부 교직원 회의에서 히노 선생에게 무조건 사실을 인정하고 아홉 학생에게 사과한 뒤 삼 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아들이라고 강요했다.

 

그러나 선생은 그 자리에서도 "모두 그 아홉 명이 꾸민 짓입니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서로 흥분해서 격렬한 언쟁을 벌인 끝에 히노 선생은 이사이자 중등부장인 사이키에게 주먹까지

 

휘두르고 말았다.

 

사태가 이쯤 되자 학교 측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했다.

 

중등부뿐 아니라 세이카 학원 전체 차원에서 히노 선생의 처분을 검토하고 만장일치로 결정을 내렸다.

 

징계해고였다.

 

물론 히노 다케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싸우겠다. 법적으로 고소하겠다.

 

'체험캠프 사건'은 날조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 음의 방정식

 

 

히노 다케시의 집은 니시도쿄 시 북부에 있다. 전철역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십여 분, 주택 전시장인가 싶을 만큼 줄줄이 분양주택이 늘어선 거리의 한 모퉁이였다.

 

일요일 오전이라 집집마다 사람들이 나와 제각기 뭔가를 하고 있었다.

 

세차를 하고, 정원을 돌보고, 아이와 함께 캐치볼을 하고 비닐 풀장에서 물놀이를 시키는 집도 보였다.

 

떠들썩한 환호성이 들렸다.

 

집은 2층 건물이고 현관 옆에 간이차고가 있는 구조였다. 지금은 차 대신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의 소년이 여기저기 녹이 슨 낡은 자전거를 눕혀놓고 손보는 중이었다. 그 옆에는 갖가지 공구와 기름통, 스프레이 등이든 공구상자가 놓여 있었다.

 

자전거는 손질보다 정비라는 말이 어울릴 만한 상태였다. 열두세 살로 보이는 소년은 인생의 절반을 이미 자전거 정비에 바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손놀림이 능숙했다.

 

현관문이 열리고 흰색 티셔츠에 긴치마를 입은 여자가 나왔다. 계단을 가뿐하게 내려오더니 차고에 있는 자전거 정비공에게 말을 건넸다.

 

"어때? 고쳐질 것 같니?"

 

빼낸 체인을 조심스럽게 감으면서 소년이 “응” 하고대답했다.

 

"아이스크림 만들고 있어. 점심 먹고 후식으로 먹자."

 

"초코칩 너무 많이 넣지 마."

 

"알았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여자가 내 존재를 알아챘다.

 

나는 가볍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가까이서 보니 꼬마 정비공이 사용하는 공구상자는 재활용한 것이었다. 비닐에 싸인 A4 크기 합성수지 소재 상자다.

 

상표 이름과 스포츠카 일러스트가 찍혀 있지만 손길에 닳아서 잘 보이지 않았다.

 

"이쿠시,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

 

이쿠시가 눈이 부신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뭔데요?"

 

"아저씨랑 아저씨 딸은 초코칩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하거든. 넌 싫니?"

 

이쿠시가 수줍은 듯 웃었다. "초코칩이 들어가면 까칠까칠해서요."

 

"흐음, 그렇긴 하지."

 

어머니와 아들에게 인사하고 자리를 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확은 충분했다.

 

히노 부인과 이쿠시는 남편이자 아버지인 다케시의 존재 없이도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다.

 

'오히려 더 평화롭게'라고 단언하기는 아직 성급하지만, 어쨌거나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보이는 엄마와 아들의 미소다.

 

가족이 모이고 손님이 앉는 거실 벽에 가족사진이라고는 달랑 한장.

 

부부 단둘이 찍은 사진도 없다. 가족여행 사진도 없다. 크리스마스나 설날 사진도 없다.

 

이쿠시의 최근 사진도 없었다.

 

그리고 히노 에이코의 독사진 역시 없었다. 

 

그 집에서는 왜곡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히노 다케시가 어떤 계기로든 자기 입으로 학생들에게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몸으로 부딪치는 행동파 교사라지 않았나. 단 한 번의 실패로 인생을 포기해선 안 된다.

 

다음 주자는 노트북 컴퓨터다.

 

아키요시 씨의 ID와 패스워드로 조회할 수 있는 교직원 명단은 해마다 갱신되는 듯했지만, 세이카 학원 교우회 '연감'에는 과거 이십 년간의 교직원과 재학생 명단 및 주소록이 당시 상태 그대로 실려 있었다.

 

그것을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삼년전 연감에 히노 다케시의 주소는 분쿄 구 고이시카와, 즉 히노 부인이 알려준 '시댁'으로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사 년을 더 과거로 올라가자 스기나미 구 에이사이에 위치한 맨션 304호라는 주소가 나왔다.

 

정리하면 이럴 것이다.

 

십년 전 세이카 학원에 들어왔을 당시 히노 다케시는 스기나미 구 에이사이초의 맨션에서 짐작건대 전처와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그러다 부모님 집으로 한 번 주소를 옮겼다.

 

이때 전처와 이혼한 것인지. 전처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살다가 이혼했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됐든 삼 년 전까지는 고이시카와의 부모님 집에 살았고, 그후 지금의 니시도쿄 시로 옮겼다.

 

이것은 에이코와 재혼해 이쿠시와 셋이 살 집을 장만해서라고 보는 것이 거의 확실할 것이라는 무언가의 믿음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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