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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문학

<추리#1> 미야베 미유키 - 음의 방정식 줄거리 (3)

by SpiderM 2024.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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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3일 째입니다. 앞의 이야기를 보지 못 하셨다면 보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 본문에 충실하게 각색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스기무라와 여자 변호사


 

미야베 미유키 - 음의 방정식

 

 

[씬]

히노 다케시의 전처와 둘의 아이가 지금도 스*나미 구 에이사이초의 맨션에 살고 있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한번 내기를 걸어보지도 않고 그냥 넘어가기는 아깝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내기에 졌다. 맨션의 304호인터폰을 누르자, 일요일 오후인데도 막 잠에서 깬 듯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흥미로운 소리를 했다. 

 

[남자1] "지난주였나, 그때도 전에 여기 살던 히노 씨인지 기노 씨인지를 찾는다는 사람이 왔다 갔는데.”

변호사라고 밝혔다 한다. 학교측 여자 변호사가 선수를 쳤다.

[남자1] "혹시 뭐 생각나는 게 있으면 연락해달라며 명함을 주고 갔어요."

[스기무라] “그 명함, 아직 갖고 계십니까?"

[남자1] “잠깐만요."

인터폰에서는 그뒤로 이렇다 할 대꾸가 없었지만, 이 삼분 지나자 늘어진 운동복을 입은 젊은이가 샌들을 끌며 로비로 내려왔다.

[남자1] "혹시 벨 누르신 분인가요?"

[스기무라] "네."

[남자1] "명함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기도 찝찝하니까 드릴게요."

조* 공동법률사무소, 변호사, 후지노 료코.

[료코] "네, 후지노입니다.”

전화기 주위로 시끄러운 생활소음이 들렸다. 

[스기무라] "스기무라입니다. 세이카 학원 앞에서 선생님에게 붙잡혔던 사립탐정요. 기억나세요?"

놀란 모양이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료코] "무슨 용건이죠?"

[스기무라] "기억하고 계셨군요."

[료코] "일요일이에요. 스기무라 씨 변호사도 일요일에는 쉰다고요. 사립탐정은 안 쉬나요?"

[스기무라] "그나저나 선생님,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명함은 아무데나 뿌리지 않는 게 좋겠는데요."

[료코] "업무용과 개인용이 따로 있으니 걱정 마시죠."


[료코] "제 명함을 어디서 구하셨죠? 그리고 용건은요?"

한두 마디 더 뜸을 들이며 놀려줄까 했지만, 등 뒤로 들리는 생활 소음에 간지럼을 타는 듯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섞여서 그만두었다.

[스기무라] "가족과의 시간을 방해한 것 같네요. 죄송합니다"

후지노 변호사가 "흠" 하고 콧소리를 냈다. "잠깐만요."

주위의 소음이 사라지고 조용해졌다.

[료코] "전화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스기무라] “왜 히노 다케시 씨의 전처를 찾으시죠? 목적을 묻는 게 아닙니다. 선생님은 히노 씨한테 직접 물어보는 편이 빠르지 않나 해서요."

[료코] "그런데 스기무라 씨는 왜 히노 씨의 전 부인을 찾으시죠?"

[스기무라] “그 사람의 지금 가정이 원만해 보이지 않아서, 예전 가정은 어땠는지, 왜 이혼했는지 알고도 싶고."

[료코] "히노 씨 사생활은 체험캠프 사건과 관계 없는 일이잖아요."

[스기무라] “아뇨, 선생도 인간이니, 학생이라는 살아 있는 인간을 상대하다 보면 숨어 있던 인격이 드러나기도 하겠죠. 그것이 학생들의 공감을 불러오거나 반항을 초래할 테고요. 그래서 보통 인간으로서 그의 모습은 어떤지 알고 싶은 겁니다."

후지노 변호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말을 이었다.

[스기무라] "아무리 평소 불화가 있었다 해도 회의 석상에서 발끈해 상사를 구타하는 폭력적인 남자라면, 비슷한 상황에서 아내를 때릴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때릴 수도, 그리고 교사라면 학생도 때릴 수 있어요."

[료코] "체벌을 의심하신다면 잘못 짚었어요."

[스기무라] “요즘 교사는 엄격한 감시를 받으니까요. 하지만 폭력적인 인간이라고 꼭 피를 보길 좋아하는 건 아니죠.상대를 굴복시키고 지배할 수 있다면 만족해요. 물리적인 폭력은 그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고."

[료코] "심리학자 같은 말씀을 하시네요."

[스기무라] "필요하다면 무슨 말이든 할 수 있습니다."

사립탐정 간판을 내걸 때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스기무라] "히노 다케시가 가정에서 그런 남자라면, 교실에서도 그런 교사일지 모르죠. 그래서 3학년 1반 학생들의 원성을 산 탓에 이번 사건에 말려들었는지도 모릅니다. 선생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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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흠'이 아니라 한숨 소리가 들렸다.

[스기무라] "제가 히노 씨 몰래 전 부인의 소식을 알아보는 이유는, 직접 물으면 왜 그런 걸 알려 드느냐고 나오는 통에 일만 꼬이기 때문이에요."

[료코] "네, 그렇겠죠. 스기무라 씨 말대로 저 역시 히노 씨의 평소 행동이나 학급 운영에 강압적인 면이 있지 않았나 의심하고 있어요. 교사로서의 능력이 아니라, 기질이나 성격 문제 그런 것이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닐까 하고요."

함정에 빠졌다고 호소하는 피해자의 결백을 입증하려면 왜 그런 함정이 생겼는지 이유를 찾아내야만 한다. 


선후배 등의 인간관계, 상하관계를 중시하는 남자다. 마음에 안 드는 교장을 때리긴 했지만 말이다.

[료코] “그 얘기는 어디서 들은겁니까?"

[스기무라] “얘기를 캐내는 게 제일 아닙니까. 그럼 내일부터 잘 부탁드립니다."


미야베 미유키 - 음의 방정식



그러나 내가 말한 의미의 '내일'은 오지 않았다.

여섯시쯤 아키요시 씨의 전화를 받고 억지로 일어나야 했기 때문이다.

[아키요시] "쇼타가 없어졌어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였다.

[료코] "밤에 가출했나 봐요. 이번에는 메모도 안 남겼어요."

전화기 너머 후지노 변호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스기무라] "아키요시의 부모님은 지금 어쩌고 계시죠?"

 

[료코] “짚이는 데는 모조리 전화를 걸고 있어요."

[스기무라] "수색 요청은?"

[료코] "아직 안 했습니다.”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기에 먼저 친구들에게 연락해보라고 내가 말렸던 것이다.

[스기무라] "그럼 서두르죠."

미요시 준야의 집으로 가자고 했다.

"이번 일에선 그애가 리더니까."

나 역시 심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아키요시 쇼타가 매달릴 상대는 아마 미요시 준야가 아닐까 짐작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집에 있을까요? 부모의 눈이 닿지 않는 데로 가지 싶은데."

“미요시는 집에서도 부모의 눈이 닿지 않아요."

미요시 준야는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고 했다.

"아버지가 워낙 바빠서 집에는 거의 잠만 자러 오는것 같아요. 매해 4월에 하는 가정방문 때도 가사도우미밖에 없었대요."

이래서야 무슨 대화를 하나.

히노 다케시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고 한다.

"부담임 아라이 선생님이 아무래도 걱정돼서 몇 번 찾아간 모양인데, 역시나 가사도우미 얼굴밖에 못 봤죠. 다행히 좋은 사람 같다고는 하는데, 그나마도 정해진 요일에만 오니까 실상은 미요시 혼자 사는 셈이에요."

아키요시 쇼타를 숨기고 하룻밤 재워주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다.

미요시 준야의 집은 시나가와 구 기타시나가와에 있었다. 후지노 변호사와 시나가와역에서 만나 택시를 탔다.

"그애들이 캠프 사건의 사전준비, 혹은 공동모의를 할 때도 말이죠."

후지노 변호사는 일부러 과장스럽게 말하며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료코] "미요시네 집이 편리했을 거예요."

하긴 담임선생님을 함정에 빠뜨리는 모략의 작전회의를 방과후 교실에서 할 수는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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