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후카가와의기이한이야기 8

미야베 미유키 <축제 음악> 4/4

"뭐야, 그 가루분 냄새는!"소키치는 허둥거렸다. 한텐의 가슴께를 붙잡아 끌어당기더니 코를 갖다 댄다. 그리고 바보처럼 정직하게 "야아, 이거 안 되겠는데"하고 말했다.오토시는 큰길로 달려나갔다. 앞치마를 벗어 구깃구깃하게 뭉쳐서 그것을 소키치에게 집어던지고는 “나, 죽어 버릴 거야!"라고 내뱉더니 달려갔다.  주저앉은 소키치가 “오토시!" 하고 부르고 있다.집으로 돌아간 오토시는 꼼짝 않고 방에 틀어박힌 채 그냥 울기만 했다. 가끔 머리를 들고 귀를 기울인다. 소키치가 찾아온 기척은 없을까.오토시의 집은 번성하고 있는 음식점이다. 항상 북적거리며 사람이 드나든다. 하지만 아무리 귀를 기울여 보아도 그중에 소키치의 발소리는 섞여 있지 않았다.그날 밤에는 잠이 오질 않았다. 정말 질투로 불이 붙어 버릴 것..

일본기담 2024.05.03

미야베 미유키 <축제음악>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 1/4

미야베 미유키   오토시는 위로를 받고 싶어서 큰아버지 부부의 집을 찾아갔으나 그곳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오토시가 모르는 얼굴이다. 젊은 처녀였다. 나이는 오토시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땅딸막한 어깨에 커다란 머리숱이 적은 눈썹도 두 눈도 약간 처진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애교 있는 얼굴은 아니다.  울상이다. 입매도 야무지지 못하다.  오토시는 문득 비에 흠뻑 젖은 들개를 떠올렸다. "큰어머니, 저 사람은 누구지요?" 오토시는 살짝 연 장지 사이로 먼저 와 있던 손님을 찬찬히 훑어보며 물었다. 큰어머니 오사토는 금방 대답하지는 않았다.  힐끗 장지 쪽을 한번 돌아보고,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을 했다. "큰아버지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되려나.” “저렇게 젊은 여자가?..

일본기담 2024.05.03

미야베 미유키의 <두고 가 해자> 3/3-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3/3  등롱 두 개가 흔들리면서 다가온다.  땅바닥을 쓰는 것 같은 그 발소리는 해자 가까이까지 와서 몇 번이나 망설이듯 멈추었다.   “그만 돌아가요." 여자의 목소리. "아니, 그럴 수는 없어. 어쨌거나 정체를 확인해야지.”  남자의 목소리였다오시즈는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가와고에야의 주인 부부다….'쇼타가 출입하던, 기쿠가와초에 있는 잡화 도매점의 주인 부부다. 그 부부가 방금 전까지의 오시즈와 오토요처럼 서로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며 해자 가장자리에 서 있다. 그때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와고에야." 오시즈는 흠칫하며 가슴에 손을 댔다. 오미쓰는 등롱을 떨어뜨렸다. 불꽃이 타오른다. 갑자기 밝아진 해자 가장자리에서 부부의 얼굴만이 창백하다. “가와고에야." 다시 한 번 부르..

일본기담 2024.05.03

미야베 미유키의 <두고 가 해자>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2/3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쇼타의 혼이 저세상으로 가지 못하고 오시즈나 우오타로와 가까운 곳에서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오시즈도 한적이 있었다.' 편히 죽을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시즈는 뺨에 눈물 자국을 남긴 채 날이 밝아올 무렵에야 겨우 얕은 잠이 들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일어난다. 오시즈의 아침은 남들보다 훨씬 더 이르다. 우오타로가 기저귀를 떼기 전까지는 빨래의 양이 평소의 배는 되고, 아이가 잠들어 있을 때가 아니면 해치울 수 없는일들도 있기 때문이다. 여닫이가 나쁜 문을 열고 어둑어둑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부은 눈꺼풀을 살며시 손끝으로 눌렀을 때 오시즈의 눈에 무엇인가 들어왔다. 공동 주택의 하수구를 덮는 널빤지 옆, 언제나 땅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곳..

일본기담 2024.05.03

미야베 미유키의 <두고 가 해자>,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아무래도 그건 간기 도령이 한 짓인 것 같네" 이 곳은 료고쿠 다리 동쪽 보리밥집, 시간은 점심쯤이다. 오캇피키(경찰서장이나 수사반장)인 모시치와아리따운 서른 정도의 묘령의 여인이 함께 앉아 마밥을 먹고 있다. "어라 후지하루잖아." 무기토로(잡곡에 마를 섞은 밥)를 먹으러 온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도키하즈(노래를 가르치는 선생)인 후지하루였던 것이다. 오시즈는 후지하루보다 나이가 젊지만, 초라한 자신의 모습-거친 손, 윤기없는 머리카락, 앞치마-에 갑자기 비참한 마음이 든다. 오시즈는 가게에서 일을 하는 종업원이다. 쇼타와 있었을 적에는 자신이 에도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쇼타가 지금은 없어졌다. "간기 도령은 수달이 둔갑한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주변에..

일본기담 2024.05.02

미야키 미유베의 <배웅하는 등롱> 줄거리 - 혼조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에서

"아가씨는 잘못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오린이 계속 말한다. "어디서 굴러먹던 사람인지 모르는 남자가 어째서 좋으신 걸까? 저는 세이스키가 훨씬 아가씨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백비탕을 가만히 오린에게 건네는 세이스케, 마치 자신의 진짜 표정을 숨기기 위한 몸부림처럼 보인다. 사실 세이스케는 오린이 매일 저녁 심부름할 때면 배웅을 해주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준 고마운 사람이다. "어머, 세이였어요?" 딱 한 번 아가씨가 심야에 심부름가는 오린을 배웅해 주다 세이스케와 마주쳤고 그도 자신의 기원을 도와준다고 기뻐했던 것이다. "너무 상냥하신 분이네요. 고마워요." 하며 웃으며 방으로 돌아간 후 세이스케는 마치 너구리에게 홀린 것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아가씨가 좋아요?" 고개를 끄덕이는..

일본기담 2024.05.01

미야베 미유키의 <배웅하는 등롱>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 - 1편

미야베 이유키의 혼조우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 편입니다. 오늘도 즐거운 독서 하세요.  시월 축삼시에 이제 겨우 열두 살이 된 오린을 혼자 보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한 일인지 모를 만큼 아가씨의 상사병은 대단히 심하다. 혼조 후카가와 일대에서 오노야라는 제일 큰 담뱃가게에서 고용살이를 하고 있는 오린은 밥을 하는 머리가 뛰어난 아이다. 그래서인지 어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노야의 아가씨도 올해 열 다섯이라 혼담도 꽤 많이 들어온다. 위에 오빠가 장사 수완이 좋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그녀는 꾸준히 사랑을 해오고 있지만 오린을 끌어들이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아가씨는 그녀에게 매일 밤 축삼시에 에코인(신사) 경내에 가서 자갈 하나를 주워 오라고 시키는데... 백일 밤이 지..

일본기담 2024.05.01

미야베 미유키의 <외잎 갈대> 줄거리 일본 추리 문학 소설

에도 시대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입니다. 줄거리로 요약해 드립니다. 일본 추리 소설 작가 중 최고인 미유키 씨는 "제가 에도 시대물을 계속 쓰는 이유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던 사회의 동경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에 실려 있습니다.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인간미가 돋보인 작품입니다. 감상하시겠습니다.미야베 미유키의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중 '외잎 갈대' 오우미야의 도베에가 죽었다. 혼조 고마도메 다리 위에서 하늘을 쳐다보는 모습으로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히코지는 국수를 건지기 위해 소쿠리를 손에 든 채 더운 김에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주인 영감 하라스케가 무릎을 힘차게 차는 바람에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지갑이 없어졌대. 노상강도일거야." 손님들이 웅성거리는..

일본기담 2024.04.30